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은 이 지역에 몰려든 인파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서울시의 '실시간 도시 데이터' 시스템은 알고 있었다. KT 기지국에서 받는 신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 인구수를 실시간으로 추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이런 빅데이터는 무용지물이었다. 인구 밀집도를 분석한 빅데이터를 안전관리에 활용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관리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면 관리만으로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행정에 디지털 기술 접목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일 "드론 등 첨단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인파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폐쇄회로(CC)TV에 AI 기술을 접목하거나 이동통신사 기지국 데이터를 활용해 인구 혼잡도를 파악하는 등 실시간 모니터링이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은 SK텔레콤으로부터 기지국 정보를 제공받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정보원 역시 LG유플러스로부터 데이터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우려 때문에 이 같은 데이터는 상권 분석과 관광 활성화 등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강국에서 첨단 기술을 재난 예방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압사 사고뿐 아니라 감염병, 지진, 홍수, 태풍 등 재난의 위험성과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의 진보는 사고 징후·위험성 예측 등 재난관리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시민 안전관리의 절충점을 찾아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을 막는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민간의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국가 재난관리와 적극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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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이태원 참사로 AI·빅데이터 재난관리 활용 필요성 커졌다
- 입력 :
- 2022-11-03 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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