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반도체 中 수출도 규제 … 전기차 실기 반복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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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반도체 산업 생산망 지원관련 입법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새로운 조치를 이번 주 안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겨냥한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로 한국산 전기차 미국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미 상무부가 꺼내든 칼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으로 미국 업체들은 중국에 반도체 관련 첨단 기술 판매가 금지되며, 미국 이외 업체들도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걸 제한받는다. 지난 2020년 미 정부가 중국 화웨이 제품 판매를 제한할 때 적용한 규제도 FDPR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세계 1위를 노리던 화웨이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번 미국의 목표는 중국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꼭 필요한 중앙처리장치와 고성능 그래픽카드, 인공지능(AI) 기술 등으로 보인다. 제재가 여기에 국한된다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국내 업체에 큰 피해는 없다는 것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미국 기술과 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ㆍ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미 정부가 제재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모가 좌우된다. 한국 반도체 수출 중 중국 시장이 4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잠재적 충격은 엄청나다.

불과 두 달 전 한국은 미 ‘IRA’에 대응이 늦어, 미 전기차 시장에서 독일 일본 등 경쟁업체에 초기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반도체 수출 규제 내용과 파급력을 신속히 파악하고 정확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중국 무역 규제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축적된 민관의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 경제 특수성에 대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또 미국 사회에 한국 기업의 기여를 적극 홍보하는 등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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