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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정을 해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이기든, 2027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바뀌지 않을 경제·복지 정책, 외교·안보 정책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국회가 손잡고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마친 후 돌아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달 만에 국정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졌다. 지지도 하락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유념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모한 것이다.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면 정부의 권위와 신뢰가 떨어진다. 국정 운영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체인이 늘어진 자전거 페달을 밟아도 바퀴가 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국정 지지도 급락을 겪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결정적 잘못이 없었는데도 지지도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국정 지지도를 신속히 끌어올려야 한다. 늘어진 체인을 팽팽하게 당겨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에 효험이 있다. 민심 이반의 원인은 ‘인사’가 압도적이다.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외교’, ‘독단적/일방적’, ‘소통 미흡’ 등이 그 뒤를 따른다. 그게 다일까? 여론조사로 잘 잡히지 않는 진짜 원인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주가다. 가상화폐에 이어 코스피가 무너지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내 돈’이 갑자기 사라지면 ‘나라님’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둘째, 물가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동월 대비 6.0%였다. 2023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5.0%였다. 임금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는데 민심이 돌아서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셋째, 태도다.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에는 이성이 아니라 정서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표정이 험악하다. 건들거리며 걷는다. 말을 함부로 한다. 삿대질도 여전하다.
세 가지 모두 해답이 없다. 주가는 하느님도 어쩌지 못한다. 물가는 국제 정세 때문에 오른다. 태도는 정체성이다. 그래서 고약하다.
여기에 ‘김건희 리스크’를 더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김건희 여사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설의 표적이다. 제2부속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외 활동이 늘수록 욕을 더 먹는다.
이른바 보수 논객들도 애가 타는 듯 이런저런 처방을 내놓지만, 내용이 별로 없다.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둥, ‘검찰 출신들을 멀리하라’는 둥 조언이 잇따른다.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좀 자~알 하라”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차라리 ‘인기 없는 대통령’을 각오하면 이 사회의 근본 병적 요인들과 대처하는 것에 힘이 실릴 수 있다”며 “민생과 경제의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현대 정치에서 지지율은 정치적 정통성의 근원이며 국정 수행의 근본 동력”이라며 “광명정대한 통합 인사”를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다시피 한 <조선일보> 논객들도 처방이 엇갈린다. 왜 그럴까? 당황한 것 같다. ‘자격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세운 것 아니냐’고 욕을 먹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법을 가졌느냐다.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과연 있느냐다. 코로나 재확산을 이유로 출근길 약식 인터뷰를 잠정 중단했다. 숨 돌릴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숙고해야 한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에서 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절반의 권한을 가졌을 뿐인데 책임은 100% 져야 한다.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켜야 한다.
국회와 야당을 국정의 주체로 끌어들여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대연정이 필요하다.
전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비난은 그만해야 한다. 자꾸 하면 윤석열 대통령 자신만 누추해진다. 정국 돌파용 사정몰이나 정계 개편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무너진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대연정을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결단해야 한다. 야당도 협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이기든, 2027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바뀌지 않을 경제·복지 정책, 외교·안보 정책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국회가 손잡고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