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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_김주원_디지털 역량강화는 국가발전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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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2-22 14:11 조회7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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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역량 강화는 국가발전의 초석

 

칼럼니스트 김주원 작가

 

19세기 말, 전 세계 정치·외교 상황에 대응하는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방법은 상당히 제각각이었다. 청나라는 대영제국과 두 차례나 전쟁을 벌이고 패하면서 여러 항구들을 열고, 홍콩 섬과 그 주변 지역마저 내줘야 했다. 그 뒤에는 서양의 근대적 기술들을 흡수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한 양무운동을 벌였다. 미국의 군사력에 굴복하여 쇄국 정책을 갑자기 폐기하면서 내전까지 일어났던 일본은, 곧 상황을 수습하고 구미 열강을 따라잡기 위해 메이지 유신과 같은 개혁을 단행했다.

 

이제 막 조선의 왕으로 즉위한 어린 고종의 아버지이자 섭정인 흥선대원군도 청나라와 일본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집권 초기에는 개방·개혁을 고민했다.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차단하기 위해 프랑스의 도움을 끌어내려고 했고, 대동강에서 격침시킨 미국의 제너럴셔먼호를 복제하여 철갑증기선을 만들려 애썼다. 그러나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 등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니 쇄국 정책을 강행했다. , 흥선대원군의 통상·수교 거부 정책은 나라가 아니라 오직 조선 왕실을 지키기 위해 외부 세력이 조선인들에게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피해를 어렵사리 복구하던 와중에 일본이 일으킨 운요호 사건(1875) 등을 계기로 고종과 명성황후는 어설프게 개방·개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임오군란(1882)과 갑신정변(1884) 같은 정치적 혼란도 발생했다. 청나라와 일본은 이러한 혼란을 이용해 조선에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더욱이 이들이 조선 땅에서 청일전쟁(1894~1895)까지 벌이면서 조선의 자주권마저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 의해 국력을 급격히 상실한 조선은 1910년 통한의 국권 침탈마저 당했다.

 

150여 년 전의 한반도와 그 주변 상황은 작금의 현실과 비교하면 매우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역들이 청나라와 일본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현실 공간은 사이버공간으로 무대가 바뀌었다는 점이 다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 로봇, 모바일(5G) 등 새로운 무기들도 추가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무기들의 성능을 개량하거나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각국은 이합집산으로 결속력을 다지거나 세를 과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정보·군사협력체인 쿼드(Quad),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오커스(AUKUS)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일취월장하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일대일로(一對一路) 정책을 제3세계를 대상으로 추진하여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누구 편에 설 것인가?!”를 추궁당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과거 미국의 사드(THAAD)를 우리나라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받은 압박 탓이 크다. 놀란 가슴으로 인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 것이다. 물론 국가대사는 신중하게 진행해야겠지만, 자칫 수십 년에 걸쳐 힘겹게 구축해놓은 역학 관계와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두 나라의 눈치를 보는 과정이 너무 길어지는 것이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도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타국은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그들 또한 자국의 이익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니까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힘을 길러야 한다. 쇄국정책을 취하던 조선이 청나라와 러시아와 일본에 놀아나 식민지가 된 진짜 이유는 자국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역량조차 없어서였다. 우리가 선택할 답안은 정해져 있다. 스스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답이다.

 

실제로 앞으로 전개될 국가 간 충돌의 원인은 국경, 인종, 종교, 민족, 자원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앞선 나라가 미래의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고, 처진 나라는 사이버 변방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데 첨단 디지털 기술은 한 나라의 역량만으로는 끌어올릴 수 없다. 국가 간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지금은 전 세계가 공급망 사슬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하나의 원료, 부품, 소재, 제품만으로도 상대방 국가의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일본의 불화수소, 중국의 요소수 공급 제한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디지털에 관해서 모든 기술력을 확보하고,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감히 우리를 무시하거나 넘보지 못할 것이다.

 

 

 

선즉제인(先則制人,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라고 했다.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잘 살피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 아마도 손을 꼽자면 가장 우선순위는 디지털 기술이기에, 국가적으로 서둘러 디지털 전환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디지털 혁명을 먼저 이끌어간 나라다. 디지털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더욱 당당하게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그것이 국가와 국민,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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