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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규) 겸허함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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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2-02 10:34 조회2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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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함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


미국과 중국에서 변곡점이 될 수도 있었던 정치 일정이 일단 일단락되었다. 중국에서는 제20차 공산당 대회가 개최되었고,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있었다. 모두 일반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난 결과들이 나왔다. 시진핑의 3연임은 일반적으로 예측하였으나, 이토록 권력을 집중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하원에서 겨우 승리하였고, 상원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주도하게 되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방문학자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방문학자

국제정치로 가면 그 예측은 더더욱 어려운 영역이 된다. 국내정치 변수는 물론이고,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 변수는 더 많아져 전문가의 분석이나 예측은 종종 빗나간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이 2019년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듯이 국제정치의 대이론이나 이론가들은 실제 상황을 이해하는 분석틀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제안이나 예측들이 실제와는 괴리가 큰 이유이다. 특히 소련과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중국의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생, 미·중 전략경쟁이 이처럼 극적으로 심화될 것인지와 같은 대사건들은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했다.


현재 세계 안보정세는 더더욱 예측이 어려운 혼란스러운 구조변화를 겪고 있다. 그 핵심에는 미·중관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래 미·중관계는 혼돈에 가까운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미국 주류의 생각이다. 미·중관계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범위를 넘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1990년대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질서에 대적할 적이 없어진 상황에서 중국 위험론·위협론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적할 경쟁자로 실제 부상할 것이란 생각을 하진 못했다. 2000년대 미국의 주류 대중 전략가들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중국이 편입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미, 중·러와의 경쟁서 밀리는 추세

이러한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위신과 리더십은 크게 흔들렸고, 중국은 자신감을 가지고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특히 2013년 중국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은 더욱 노골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꿈 실현”이나 ‘일대일로’전략같이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할 정책들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중국 시각에서는 세계의 다극화는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추세였다. 그럼에도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이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인 협력”에서 “전략적인 경쟁” 혹은 “신냉전”이라 할 정도로 전환시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보다 장기적이고 정교한 대중국 맞춤형 경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가 제안했던 ‘인도·태평양’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면서 추진하고 있고, 거의 모든 주요 영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보다 강화된 조치들을 하나하나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적대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극력 피하려고 한다. 미국의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같은 대중 강경파가 추진했던 중국의 체제 전복이나 전면적인 체제 대결 정책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의 자유주의 국제주의자들을 주류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비록 현 세계질서를 이념과 가치, 즉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독재주의의 대결로 해석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더욱 유연하다. 중국 체제의 전복이나 대규모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냉전적인 체제 대결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으며,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현 가능한 목표는 중국의 부상을 최대한 늦추면서, 국제연대를 강화하여 규범과 규칙에 입각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혼돈의 국제정세에 대한 성찰 절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차이가 없다. 다만 이를 집행하는 데에는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현 대중 전략은 국내정치의 향배에 의해 큰 제약을 받을 것이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정치의 양극화 현실을 더욱 강화했다. 보다 적극적인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바이든 이외에 적당한 차기 대선 후보가 없고, 공화당은 트럼프 변수가 발목을 잡는다. 트럼프가 대선에 나서면 질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가 경선에서 지고 불복하여 제3의 후보로 나서면 공화당이 민주당에 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바이든과 트럼프의 향배가 추후 미국 정국을 좌우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국제적인 연대 강화 없이는 대중 억제정책을 성공시킬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속사정은 국제연대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재정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나 민주가치 연대 등은 인플레이션 축소법안(IRA)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에 의해 그 빛이 가려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케임브리지 대학의 ‘분할된 세계(The World Divided)’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러시아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라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 상황은 미국과의 동맹과 연대 강화를 외교안보경제 정책의 축으로 삼은 윤석열 정부에 커다란 도전이다. 얼마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의 대러 무역상황에 대한 보도는 세계 주요국가들이 얼마나 복잡한 행태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대러 무역 자제 요구에 충실한 나라는 한국, 영국, 스웨덴밖에 없다. 미국 자유주의 질서의 한 축을 자처하는 독일과 일본조차도 대단히 실용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교를 하고 있다. 


강대국을 경험한 국가들은 국제무대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위험하며, 많은 변수들로 가득 차 있는지를 잘 이해한다.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윤석열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나 더욱 구체화될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는 이데올로그나 이상주의자들의 독백이 아닌 혼돈스럽고 냉엄한 국제정세에 대한 겸손함과 성찰을 잘 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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