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장 특집_유기홍] 대전환 시대의 미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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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2-20 15:38 조회25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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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원장 특집_유기홍] 대전환 시대의 미래 교육
대전환 시대의 미래 교육
무 자르듯 나눌 순 없지만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흔히 '알파 세대'라고 부른다. 말도 하기 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종이책을 볼 때도 손가락으로 줌인‧줌아웃을 하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확실히 이전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생각이 든다. 알파 세대가 성인이 되어 살아갈 미래사회가 지금과 어떻게 다를지, 앞으로 태어날 세대는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정답이 있기는 한 건지 막막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성적으로 줄 세우는 공교육체제, 점수에 꿈을 맞춰야 하는 입시제도로 인해 대학생의 약 80%는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장'이라고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초중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고소득층 사교육비 지출액은 저소득층과 5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고소득층 자녀의 4년제 대학 진학률(68%)이 저소득층(41%)보다 27%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부모 경제력이 자녀 학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통계적으로도 확인했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교육은 확실히 지금과 달라야 한다. 아이들이 경쟁교육으로 고통받지 않고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연대와 협력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부모 배경이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 정직한 결과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에듀테크를 활용한 개별화 교육으로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고 학력 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하기도 한다. 말처럼 쉽다면 좋겠지만, AI나 에듀테크가 소원을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로 앞당겨진 온라인 교육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디지털 기반 교육도 예정된 수순이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을 했던 기간 학력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공교육의 영역에서 AI나 에듀테크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정책 설계와 세심한 교사의 손길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다. AI 교육의 숨겨진 가치는 학습활동을 통해 생성되는 학생 개인별 빅데이터다. 마우스 클릭 하나까지 기록되어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제공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알고리즘 유혹에 빠져 온라인 세상을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촘촘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데이터 주권 문제, 사교육업체와의 관계 정립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
평가방식과 입시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 '교육목표 설정-교육내용 선정-교육방법 모색-평가와 피드백'은 교육이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어느 한 부분만 뚝 떼어내 획기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교육 전체가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모든 교육 문제가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수렴된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지 않나. 미래 교육에 걸맞은 평가방식과 입시제도가 마련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 행정대학원 랜트 프리쳇은 교육의 질이 높지 않은 경우, 고학력자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 등을 근거로 들며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 투자가 국가의 경제 성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대학 진학률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 자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과 대학, 국가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의 대학 교육이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대학 혁신을 발목 잡아 온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다만, 모든 규제를 악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최근 교육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정부가 가장 강조한 대목은 고등교육정책실 폐지와 대학규제혁신국 신설이다. 이주호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규제혁신을 완성해 해당 부서를 일몰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혀 그야말로 탈규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고등교육 분야 관련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 자율', '규제 완화'를 기치로 한 시장주의적 기조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대학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주호 장관이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에 참여해 도입한 대학설립준칙주의 아니었나. 잘못된 진단으로 필요한 규제마저 다 없애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대학의 본질이 공익성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대학개혁을 시장에 맡기는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역 주도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구상이 지역별 격차 해소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도 의문이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경쟁률 격차가 최근 3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대학입시가 한창인데 14개 지방 대학, 26개 학과에서 정시모집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학설립‧운영 4대 요건(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을 대폭 완화하고 학과 신설과 정원 조정까지 대학 자율에 맡기는 이번 조치로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격차가 더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자체에 고등교육 관련 권한을 이양하는 정책이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추가 부담을 주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대학 자율', '지역 혁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재정적 뒷받침이 되지 못하면 규제개혁도, 대학 혁신도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수많은 학자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대학이 쇠퇴한 이유로 재정 부족을 지목하고 있으며, 반대로 미국 대학이 부상하게 된 이유로 압도적인 고등교육 지출 규모를 꼽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학별 학생 1인당 교육비 순위가 대학 서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지방 대학이 신입생 미충원과 대학재정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OECD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한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최근 신설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는 위기의 대학에 마중물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 대책이 아니다. 부족한 예산 규모, 3년 한시라는 유효기간, 유·초·중등 예산을 떼어오는 불안정한 방식으로는 건강한 고등교육생태계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별도의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교육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대전환 시대에 확실한 교육 투자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과거 높은 교육열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것처럼, 다시 한번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유기홍
현) 제21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현) 제17대, 19대, 21대 국회의원(서울 관악구갑)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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