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반도체, 먹고사는 문제 넘어 죽고사는 문제… 美 ‘칩4’ 가입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7-22 11:37 조회75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양향자 “반도체, 먹고사는 문제 넘어 죽고사는 문제… 美 ‘칩4’ 가입해야”
[양향자 의원 인터뷰]
기술 동맹 통해 기술력 키워야
新 범국민 과학화 운동 필요
반도체학과 증원으로 해결안돼
이공계 인력 육성 로드맵 짜야
정부가 340조 투자 규모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 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반도체 전문가로 국회 내 최적임자이지만 야당 의원이 여당 특위위원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양 위원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화이트보드에 그래픽 자료를 띄우고 글로벌 산업의 지각 변동부터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미국과 중국은 왜 반도체 굴기에 사활을 거나.
“과거 글로벌 패권이 지정학(地政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기정학(技政學·tech-politics) 중심으로 움직인다. 글로벌 패권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 좌우된다. 우리도 반도체를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로 달리 인식해야 한다. 20세기 산업의 핵심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반도체다. 전기나 공기처럼 돼버렸다. 오죽했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서 반도체 회사로 달려갔겠나. 반도체를 쓰지 않는 기기가 없고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무기가 없다. 반도체가 곧 외교이고 안보이고 국방이다. 한 나라의 반도체 공급을 통제하면 그 나라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다른 산업과 형평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좁은 시각이다. 반도체 지원은 첨단 산업 지원이고 사실 모든 산업이 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첨단 산업 지원만도 아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 트랜지스터 기술이 발명되고 1977년 PC시대가, 15년 후인 1992년 디지털 시대가 열렸다. 반도체 집적도가 3년마다 4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있는데 다섯 번 중첩되면서 15년간 집적도가 1000배 커졌다. 그 덕에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2007년 스마트폰으로 모든 기술이 융합되는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다시 15년 지나 올해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산업이 반도체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팽창 중이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모빌리티 등 모든 게 반도체의 성능이나 집적도가 향상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 ‘칩(chip)4′에 8월까지 참여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견제한다.
“대한민국으로 굳건히 존립하는 힘은 과학기술 패권에서 나온다고 본다. 우리는 기술과 근대화에 뒤져 식민지가 됐다. 반도체 기술에서 뒤처지면 기술 속국, 기술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속된 말로 미국이 우리에게 칩4 동맹에 참여하라는 것은 ‘집주인인 우리가 집 빌려줄 테니 세입자로 살면서 우리한테 도움을 달라’ 이거다. 우리는 집이 없으니 안 할 수도 없다.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많은 기술과 특허를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만든 반도체 기술을 우리나 대만, 일본이 임차하여 사용하는 것이어서 ‘칩4′ 반도체 동맹에 들어가야만 한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 싸움이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기술 동맹을 굳건히 하고 그 속에서 기술력을 더 키워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을 때 안보가 더 견고해진다고 본다. 대만은 파운드리 TSMC 하나로 그걸 달성했다. 일본은 반도체가 약하기 때문에 칩4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중국도 위협적이지만 미국과 동맹이 느슨해지거나 끊기는 상황이 우리에게 더 위험하다고 본다. 미국과는 전략적 동맹 관계로, 중국과는 협력적 공생 관계로 가야 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중국이 독자적인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지만 반도체 특허 기술은 대부분 미국이 보유하고 있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삼성과 대만 TSMC의 기업 가치가 몇 년 새 크게 벌어졌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19년 만에 우리를 제친 것도 TSMC 덕분 아닌가.
“대만은 앞으로도 파운드리를 엄청나게 키우려고 일본과도 손잡는다. 우리도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글로벌 지형을 보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산업이 반도체라는 답이 나온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33%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이 30년간 1등을 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우리는 그 시장을 못 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로 분업 구조를 이룬다. 우리는 어떤 접근을 해야 하나.
“팹리스는 미국 주도 시장이다. 한국은 글로벌 점유율이 1% 남짓이다. 대만이나 중국보다 뒤처졌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반도체 제조이니까 대만 TSMC처럼 파운드리를 늘리고 생태계만 구축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면 두 수레바퀴를 확실하게 갖는다.”
-삼성이 오랫동안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여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등한시했던 측면도 있다.
“반도체가 중요하다면서도 삼성이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지원하자고 하면 삼성은 돈도 많이 버는데 대기업 특혜라고 한다. 그런 단편적 시각은 버려야 한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다양한 산업의 기술력이 집약되어야 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벤처·스타트업이 다 모여야 한다.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도 반도체특위를 만들어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했다. 올해 반도체 특위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올 1 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8월 4 일 시행되지만 업계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선언적 의미만 담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EU 등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버금가는 지원책이 시급하다. 이번 특위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규제 개혁, 인재 양성, 투자 촉진 등 세 분야의 제도와 입법을 준비한다. 7월 말까지 법안이 1차로 나오고 8월 초 상정할 것이다.”
-반도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
“반도체의 시작도, 끝도 인재다. 정부 차원에서 이공계 인력 육성 로드맵이 없으면 반도체도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반도체학과만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수학, 물리, 화학 같은 기초과학을 탄탄히 하고 그 위에 전자전기 컴퓨터가 있는 거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범국민 과학화 운동’으로 이공계 정원을 크게 늘렸다. 그걸 본보기 삼아 ‘신(新)범국민 과학화 운동’이 필요하다. 지방 균형 발전과 지역 경쟁력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문과 대 이과 비율이 6대4 정도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과 대 문과가 9대1은 되어야 과학기술 패권 국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과에서 뭐라 하겠지만 융합의 시대이니 복수 전공을 하면 된다. 이공계 학생이 아니어도 기초적인 학습 커리큘럼을 개발해서 인재 수급 통로를 개척하는 것도 특위에서 고려한다.”
-정부가 반도체학과 증원을 발표했지만 가르칠 사람도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으로 30년 이상을 반도체로만 키워진 전문 인력 풀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뿐이다. 자신만의 기술 기둥을 세우는 데 최소 15~20년 걸린다. 그런 전문가들이 10년 전부터 퇴직하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지식을 갖춘 반도체 인력을 교수진으로 활용해야 한다.”
-야당 출신으로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아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할 줄 상상도 못했다. 반도체의 중요성만 생각해서 맡았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국회 차원의 특위로 간다는 약속도 받았다. 반도체 특위를 통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여야 협치의 새 모델, 정치는 저렇게 해야 되지라는 확신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
-반도체 그리고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끊임없이 제기했는데 윤석열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정치 입문하고 7년 가까이 줄기차게 반도체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데 대기업 산업으로 보고 별 관심이 없더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를 강조하는 걸 보고 내 소명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통령이 얘기하니 모든 부처가 움직일 거다. 반도체 산업은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권은 5년마다 선거로 검증받아 기회를 얻지만 반도체 산업은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끝난다. 컨트롤 타워를 할 과학기술 부총리가 필요한데 지금 없으니 특위가 그 역할을 하려 한다. 윤 대통령께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어떻게 해야 이길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칩4′ 동맹에 메시지를 내려면 여당 반도체 특위 위원장도 만나봐야 하지 않나.”
[42건 특허낸 반도체 전문가]
전남 화순군 이양면 출신의 산골 소녀 양향자는 1985년 11월 25일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 처음 들어서던 때를 “내 인생에 빛이 들어온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실업계인 광주여상으로 진학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설계실 연구원 보조원으로 입사해 커피 타고 자료 복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연구원 보조 미스 양’이 아닌 ‘반도체 연구원 양향자’를 꿈꿨다. “첨단 미래 산업이라는 반도체에서 뭔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나 컸어요.” 사내 대학의 문을 두드려 삼성전자 기술대학을 졸업하고 반도체연구실 연구원이 됐다. 반도체 에어리어 축소와 설계 자동화로 거듭 성과를 내 ‘혁신가’ ‘일벌레’로 불렸다. 입사 28년 만인 2013년 여상 출신으로 처음 삼성전자 상무가 됐다. 2016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반도체 연구원 시절 출원한 42개 특허로 지금도 특허료를 받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