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총장_권순기_고등교육 위기 극복 방안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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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2-28 10:14 조회88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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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위기 극복 방안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고등교육의 위기’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등교육의 위기는 ‘대학교육의 위기’라는 말과 동의어다. 대학교육의 위기는 특히 지역대학의 위기를 가리켰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대학의 위기가 곧 수도권 대학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도미노이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냉소적 말은 한때 지역대학으로 향했지만 이제는 수도권에도 벚꽃이 핀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다 무한 경쟁으로 인해 학교를 지옥으로 생각하는 고등학생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유일한 나라이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이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대단한 긍지를 느낀다. 그 과정에 ‘교육’이 있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계를 향하여 “한국의 교육을 보라”라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E. 루카스 Jr.는 “대한민국은 인적자본 즉 교육을 통해 경제이론을 실제로 구현한 나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감소, 지역소멸, 계층 간 이동 사다리 부족, 주거 불안 등이다. 이 문제들의 원인과 결과에 대부분은 교육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소멸, OECD 최저 수준의 고등교육 재정,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학 교육의 위기는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먼저 인구 감소부터 짚어본다. 2021년 12월 잠정 집계한 출생아 수는 26만 3000명이다. 이 중 60%가 18년 후 대학에 진학한다고 가정하면 15만 7800명이 2039년의 입학자원이다. 2021년 기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19만 명이다. 수도권대학이 편입, 대학원 등의 제도적 장치를 이용하여 지역대학의 학생을 데리고 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수도권대학의 위기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발달한 시간·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온라인 원격학습체제는 기존의 대학체계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캠퍼스 없는 대학의 등장은 이제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넓은 캠퍼스와 수백 명의 교수, 직원이 교육·행정서비스를 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논리다.
재정은 더욱 심각하다.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인하여 대학 재정은 황폐화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으로 인공호흡만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OECD 37개국 가운데 고등교육에 가장 낮은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보다 낮은 유일한 국가이다. 내 자녀가 고등학교보다 낙후한 강의실과 실험·실습 시설을 가진 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은 충격받을 것이다. 2022년 전체 고등교육 예산은 12조, 국가장학금을 제외하고 실제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예산은 7조 5000억 원이 안 된다. 그런데 초·중등교육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올해 늘어난 예산만 11조가 넘는다. 이런 심각한 불균형을 고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2월 4일 경남 사천에서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가 열렸다. 국회 교육위원원장, 교육부 차관과 서울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국가거점국립대 총장이 참석했다. 핵심 의제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과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서울대 10개 만들기’였다.
협의회에서는 이른바 ‘SKY대학’으로 가는 좁은 고속도로에서 입시의 공정성·효율성을 외치기보다도 지방에 위치한 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여 좋은 대학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여러 개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즉 서울대를 10개 만들자는 것이다. 인식의 대전환이다. 교육과 관련한 문제의 대부분은 학벌주의로 인해 수험생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었는데,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보완한다면 지금까지 나온 어떤 ‘유사정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기대효과도 크다. 지금까지 유사정책은 모든 것을 만족하는 ‘최대주의’여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자는 최소주의를 택하고 있다. 유사정책이 서울대를 거점대학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 정책은 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한다는 점에서 서울대와 거점대학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다.
거점대학들이 지역의 주력산업과 미래전략산업에 부합하는 3-4개 분야를 특성화하여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여기에 종사할 인재를 길러내어 지역에 정주하게 함으로써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거점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서울대나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의 유관 분야가 상호보완적 경쟁을 통하여 국가 전체의 고등교육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서울대의 각 학문 분야와 거점대학의 특성화 분야가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서로 발전할 수 있고, 학문 후속 세대들의 일자리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서울대 총장도 이 정책에 적극 찬성하였으며 국회 교육위원장도 이 정책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거점대학 총장들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천명한 점이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가 개최되었지만 국회 교육위원장, 교육부 차관과 전체 국가거점국립대 총장이 참석한 경우는 없었다. 참석자 모두 논의 결과에 만장일치로 합의한 적도 거의 없었다.
서울대 10개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고등교육 학생 1인당 예산이 GDP나 국가 수준과 비교하여 OECD 국가 가운데 확실하게 최저인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고교학점제 등과 같은 제도 구현을 통해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윈-윈하는 전략도 반드시 필요하다. 초·중등교육 예산을 빼내어 고등교육에 투입하자는 ‘밑돌 빼기’를 할 것이 아니라, 국가 교육대계를 다시 편성하자는 주장이다. 19세기 말 독일과 20세기 미국은 캘리포니아 지역대학의 구조개혁과 지속적 투자를 통해 각각 2차 산업혁명과, 실리콘 밸리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라는 어려움과 거점국립대학들의 내부혁신이라는 전제 요건이 있다. 대학의 혁신적 구조개혁과 의식 대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입시지옥 해소, 국가균형 발전, 지역대학 위기 극복,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국가적 명분이 훨씬 중요하고 시급하다. 지방의 핵심 거점대학들에 대한 실질적·지속적인 투자는 지역의 미래 전략산업을 발굴하여 성장시키고 특화된 인력을 양성하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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