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이범헌 회장 / 문화예술이 생활 속에 꽃피워야 진정한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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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8-02 15:38 조회46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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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이 생활 속에 꽃 피워야 진정한 선진국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이범헌 회장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보다 많은 것을 가진 이웃을 보면 때론 질투심이, 때론 우울감이 교차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으리라.
반면 내가 상대보다 잘 산다고 느끼면 우쭐하는 마음에 깔보는 심보가 작동하기도 한다. 공공연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러한 비교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경험은 대부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재물이 많고 적음을 놓고 비교우위를 따지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감정들이다.
이러한 비교는 국가 간에도 존재한다.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이라는 분류가 그렇다. 이 분류는 국민소득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한마디로 돈이 얼마나 많으냐 여부이다. 그렇지만 국민소득이 높더라도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 사례도 없지 않다. 돈이 많다고 우쭐거리기만 하는 나라를 누가 선진국으로 인정하려 하겠는가. 그저 졸부의 행동으로 취급하기 마련이다.
잘사는 국가 대부분은 오랜 세월 국민이 힘을 모아 산업을 발전시켰고, 무역을 활발히 전개했다. 이를 토대로 국부(國富)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원동력이 됐다. 이와는 달리 지하자원이 풍부해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이 굴러들어오는 나라도 있다. 이들 가운데는 지하자원을 판 돈으로 국가 개조에 나서기도 한다. 지하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개중에는 정반대로 국민이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사례도 있다. 막대한 지하자원을 소수 집권층 배를 불리는 데만 사용한 결과다. 지하자원을 판 막대한 돈을 기간산업 등에 투자하기보다 정권 연장용 당의정(糖衣錠) 구입에 흥청망청 쓴 것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보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국민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느냐도 선진국 기준의 주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자유가 억압된 상태라면 그것은 진정한 국민의 것이라 할 수 없다. 언제든 절대권력에게 손쉽게 유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여부를 평가하는 조건은 또 있다. 문화예술이 국민 생활 속에 얼마나 밀접하게 녹아 들어 있느냐 여부이다.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사회는 개인의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퍼져있다. 서로 다른 점이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사회가 불안정한데 문화예술이 꽃피워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문화예술이 개인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體化)되어 있느냐 여부는 중요한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다. 지하자원으로 부를 쌓은 나라 가운데 미술관을 짓는 등 문화예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이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재정의 건실성은 물론 문화예술 또한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한 결과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어느 나라든 문화예술이 꽃피운 시기는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이다. 현존하는 세계 문화유산 대부분도 이러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경제적 뒷받침이 있을 때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절대 빈곤 시기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억제된다. 당장 눈앞에 닥친 굶주림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시급한 과제여서다. 생존 그 자체가 절대가치라는 암묵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 시기를 극복하고서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어느 사회든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용솟음친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여유가 사회 전반에 넘쳐흐른다. 이는 개인의 삶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이미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선진국으로 평가하기엔 아직은 미진한 구석이 있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 문화예술이 녹아들 수 있도록 사회가 성숙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장시킬 보다 적극적인 국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기 위해서라도 이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최근 들어 K컬처가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활 전반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아직은 무언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한다. 조만간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왔던 기술 관련 지식은 AI(인공지능)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누가 창의적인가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암기식 학습으로는 더 이상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곧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문화예술만큼 좋은 재료는 없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즐거운 놀이를 스스로 개발해 낸다. 그림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콧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말이다.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창의성은 구속받지 않았을 때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좋은 증거이다. 특히 문화예술을 접했을 때 가장 왕성하게 활성화된다. 이게 바로 문화예술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각자 추구하는 행복관(觀)은 같을 수가 없다. 사람마다 눈높이와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적대적 관계로 변질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공존을 추구할 수 있는 ‘다름’이다. 이를 가장 손쉽게 깨닫게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문화예술을 접하다 보면 이해와 배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체화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자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문화예술을 우리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다.
문화예술은 또한 갈등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했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사회의 안정화에도 기여한다는 의미다. 이런 다양한 기능이 있는 문화예술이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생활에서 실천적으로 구현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다만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이범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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