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대학교 총장_전호환_교육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 G5로 가는 유일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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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2-23 11:22 조회99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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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이 G5로 가는 유일한 길
전 호 환
동명대학교 총장, (사)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전 부산대학교 총장
선박, 반도체, 휴대폰, 가전제품 등 세계 1등 명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G10의 반열에 올랐다. 스포츠, 음악, 영화에 이어 드라마도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한류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토종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이 넷플릭스에서 연속 세계 1위를 달린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다.
위 드라마를 보면서 필자는 마음이 무거웠다. 대선후보와 정치인들은 이 세 드라마를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발하는 10대들의 분노다. 학교 폭력에 시달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으려는 여학생은 “여기는 지옥이야, 난 그 지옥을 떠나려고 해”라고 절규한다. 학교가 지옥이면 바깥세상은 뭐란 말인가.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는 전쟁터다. 대학입학, 일자리, 주택 등 경쟁에서 이겨야 가질 수 있다. 이런 지옥 같은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지옥에서는 자녀를 낳을 수가 없다. 2021년 작년 우리나라 출생자 수는 26만여 명이다. 1960년 출생자 109만여 명을 정점으로 60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 극초저출산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성인 4명이 평생 자녀 1명을 출산하는 것이다. 6.25전쟁 중에도 년 70만여 명이 태어났으니 현재 우리나라는 전쟁 때보다 살기가 더 팍팍해진 지옥인 셈이다. 살기 위해서 출산을 꺼리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초집중화의 부작용이다.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청년 인재 유출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노동인구 감소 등 예측되는 사회적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10년 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처방은 두 가지, 교육혁신과 국가균형발전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300여개 있다. 모두가 서울대를 따라 왔다. 수도권에 상위 대학은 물론 대학생의 40%가 몰려 있다. 이런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김종영 교수의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주목하자. 문재인 정부는 “연방정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과제로 택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수도권집중화는 더 심화되었고 서울의 집값은 최고로 올랐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국가균형발전은 좋은 대학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기에 가능했다. 독일은 완벽한 국토균형발전을 통해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독일의 기술연구를 선도하는 TU9의 9개 대학은 베를린, 아헨, 뮌헨, 드레스덴 등 지역도시에 있다. 베를린 공대가 있는 수도 베를린은 인구 350만여 명으로 독일 내 도시 경쟁력에서 20위 권 밖에 있는 지역 도시다. 이들 대학에서 독일의 노벨 과학상 대부분이 배출됐다. 막강한 연구역량을 자랑하는 독일의 연구기관도 이들 대학 인근에 자리 잡아 기업과 클러스트를 구성해 창업생태계를 이룬다. 히든챔피언 기업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이유다.
대학은 교육과 기술연구개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젊은이를 끌어들여 문화를 창출하고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최고의 기관이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은 교육균형발전에 의해 온전히 달성할 수 있다. 인구 30만 도시 중심으로 대학 한 개를 집중 육성하는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 300개가 넘는 대학을 과감히 줄이고 수도권에 몰려있는 대학도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름을 찾아내는 인재를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에서 길러내야 한다. 인구 절벽의 사회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역량 있는 젊은 인재 1명이 5명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야 국가 경쟁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 정책의 근간을 교육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국가 경쟁력은 대학에서 창출되는 지식과 기술혁신에서 나온다.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 미국 대학이 15개나 들어있다. 미국의 막강한 힘은 대학이다. 하버드대는 2020회계연도에 기부 적립금 운용으로 약 13조원(113억 달러)을 벌었고, 적립금은 63조원이나 된다. 예일대와 MIT 등 미국 최상위 사립대학의 수준도 비슷하다. 예산 규모는 대학 경쟁력을 좌우한다.
14년째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과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국내 대학 재정은 빈사 상태다. 서울대의 예산은 하버드대의 30% 수준이다. 서울대는 2040년까지 학교채를 발행해 재정 규모를 3조원대로 늘린다고 한다. 수입을 내는 적립금도, 정부지원도 줄이는 상황에서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국 고등교육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70%에 불과하다. 예산 없는 정책은 백약이 무효다.
필자는 2016년 부산대학교 총장 취임 후 서울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학 10개를 연구중심연합대학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해 왔다. 서울대 10개를 만들자는 것이다. 학부정원을 대폭 줄이고 대학원 중심으로 가자는 것이다. 감소된 학부 정원은 지방대학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지방 대학이 살고 지역도시가 산다.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현재의 인구 통계로 보면 10년 내 지역 대학의 대부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는 한계 대학에 대한 출구 마련, 사립대의 등록금 정책 유연화, 대학 자산 활용 수익사업 허용 등 대학의 재정자립도 개선, 비수도권 대학재정지원법 제정 등 교육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G5로 진입하는 유일한 길은 이길 뿐이다.
‘지우학’의 명대사인 “전쟁이 나도 안 없어지는 게 학교야! 전쟁에서 이겨도 학교가 없으면 지는 거라고!”는 ‘학교가 국가의 미래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대통령 후보자와 정치인들이 이 드라마를 꼭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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