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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교수_임종인_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사이버 안보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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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2-17 10:35 조회1,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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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사이버 안보 정책 방향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 말처럼 우리의 사이버 안보 현실을 잘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말 그대로 해킹으로 작전계획이나 최신 군사 기술이 유출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해킹 배후에 중국이나 북한이 있는 심각한 상황일수록 더더욱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돼 왔다.

중국과 북한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권자인 우리 국민의 몫이다. 엄연히 피해가 있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가해자는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존재가 돼 버린다. 국민 보호 임무를 방기한 책임을 묻지 않고, 배후 국가에 사과나 배상을 요구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무책임과 무력함이 일상화했다.

매년 의례적으로 해킹 시도 수치가 발표되고 뻔한 대응 방안이 제시되지만, 배후 국가에 대한 경고는 어디에도 없다. 중국과 북한의 실존하는 사이버 위협과 국민의 실질적 피해는 통계수치로 전락한다. 통계상 우리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해킹을 시도한 나라는 중국인데 지금껏 그 책임을 묻거나 비난한 적이 있었던가? 중국이 다양한 수준의 공격을 시도하며 우리의 대응을 시험할 때도 적극적 대응이나 명확한 경고는 없었다. 그러는 새 우리는 ‘사이버 호구’가 됐고, 그렇게 ‘해커들의 놀이터’가 됐다.

이는 담당 기관과 그곳 보안 전문가의 역량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역량을 갖추고 있고,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많은 사람이 말하듯이 각 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 사이버 안보법의 부재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다. 대통령의 사이버 안보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3·20 사이버대란 같은 심각한 보안 사고 직후의 일시적 생색내기여선 안 된다.

대통령은 사이버 공격에 의한 국민의 고통과 국가가 처할 경제·안보 위기에 대해 명확히 인식, 사이버 안보를 끝까지 챙기고 적국의 사이버 위협에 끝까지 대응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의 이런 명확한 신호는 사이버 안보에 대한 국가의 대응 우선순위를 높임으로써 국내 담당기관의 대응 자세를 변화시키고, 중국·북한의 사이버 위협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해킹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개별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특정 국가를 지목하고 비난했다. 대통령의 의지는 행정·입법·사법부에 반영돼 해커를 공개 수배하고, 기소와 경제 제재 및 관련 법 제정으로 빠르게 이어졌다. 유럽도 미국의 길을 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는 이렇게 중요하며,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국의 대통령 의지가 강력하고 시그널이 명확하더라도 여러 국가가 한목소리로 공동의 의지를 표명할 때 사이버 억지 효과는 더 커진다. 따라서 대통령은 사이버 외교와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한·미 동맹에 사이버 협력을 포함해 양국 간 사이버 공동 대응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가장 강력한 시그널을 중국과 북한에 전해야 한다. ,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국제적 항의운동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책임 있는 국가행위 규범 제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경제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서 명실상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더는 중견국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선진 민주국가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갖고 일관된 가치 지향 외교를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의지를 대변해 줄 사이버 안보 대사직을 신설하고 협력의 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앞으로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명목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두 달 남짓 뒤 누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될지 모르나, 수십 년간 강단에서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며 조금이나마 사이버 안보 강화에 기여해 온 필자가 충심으로 건의한다. 당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먼저 책임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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