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사무처장 / 더 좋은 나라가 되는 지름길,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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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4-23 09:18 조회3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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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그 사회의 성숙도를 이야기하는 잣대다. 성숙한 시민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는 정확한 시점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전통과 문화, 사회, 정치의 산물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역시 두레와 울력, 품앗이 등 상호부조의 전통 속에서 자원봉사의 가치를 계승해 왔다.
우리는 좋은 사회를 말할 때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가 건강한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특히 시민사회란 자발적 시민들의 조직과 참여를 통해 구현된다. 19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급격한 성장을 이룬 미국의 민주주의가 자발적 참여가 습관화된 시민사회에 그 동력이 있으며 자원봉사 정신에 기반한다고 했다. 국가로 대변되는 정책의 사각지대, 경쟁의 낙오자를 만드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로서 자원봉사뿐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가 공히 인식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역할까지 자원봉사가 가지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UN은 2001년을 ‘세계 자원봉사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로 정하고 이와 같은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6년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 for Sustainable Development)’로 선언하고 기후위기, 빈곤 등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있어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문화는 1995년 청소년 자원봉사 의무화, 2007년 주5일제 도입 등을 기점으로 시혜적 참여문화에서 호혜적 참여문화로 전환된다. 시민들은 여유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하며 자원봉사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중요한 방법이 되었다.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사회적 감수성을 습득하고 자아를 발견하는 등 봉사학습(service learning)의 개념으로 청소년 자원봉사를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적극 장려하였다. 가족 단위 자원봉사, 자신의 취미와 여가를 활용한 자원봉사 문화 또한 생겨나며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참여문화로 발전해 나갔다.
이때를 기점으로 1996년 전국에서 처음 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됐다. 이후, 2001년까지 5년에 걸쳐 전국 245개 행정단위 별로 자원봉사센터가 설치 완료되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자원봉사센터는 각 지역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자원봉사 참여욕구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연결하는 서비스의 중개자로서,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를 시민들의 참여로 해결해 나가는 문제해결자로서 공헌해 왔다.
우리나라 자원봉사 참여율을 보면, 1999년 14.0%에서 2017년 21.4%까지 크게 상승하였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며 크게 감소, 2023년에는 17.3%까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행정안전부, 1999, 2017, 2023 전국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내는 경제적 가치를 살펴보면, 약 3조 2285억 원에 달하며 GDP의 약 0.1%에 해당하는 금전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행정안전부, 2023 전국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이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서 자원봉사는 국가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을 이행하는 중요한 방법으로서도 역할 해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자원봉사의 의미와 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 인식과 지원 정책은 아직도 자원봉사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2005년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이 처음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2008년부터 ‘자원봉사 진흥을 위한 국가기본계획’이 5년 단위로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은 20년이 되도록 한번도 개정된 바 없으며, 5년 단위 국가기본계획이 제4차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위상은 제자리걸음이다.
자원봉사센터가 전국에 설치된 지 20여 년이 지났고, 자원봉사 1365포털에 등록된 자원봉사 활동처가 46,773곳(2022년)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근 35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관리자의 직업적 인정과 법적 근거는 아직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송민경 외, 2021. NCS기반 자원봉사관리자 자격제도 연구, 행정안전부)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값싼 동원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 자원봉사는 멋지게 자라 성인이 되었는데, 아직도 어린 시절 아동복을 입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는 이러한 자원봉사의 현주소를 인식하고,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관리자의 사회적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올 2024년 2월에는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한국자원봉사학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3개 기관이 함께 1) 자원봉사자의 사회적 인정 강화, 2) 자원봉사센터의 자율적 안정적 운영, 3) 자원봉사관리자의 사회적 위상 정립, 4) 자원봉사 재원 확보 및 연계 4개 영역에 14개 법·제도적 개선 과제를 각 정당에 발신한 바 있다. (참고: https://blog.naver.com/1365kfvc/223362383530)
자원봉사는 시민의 보편적 권리이자 의무이다. 시민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국가의 분명한 의무이다. 선의(善意)와 정의(正義)를 가진 시민이 제대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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