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윤종록_과학기술 중심의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한민국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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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_과학기술 중심의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한민국 리셋 자료입니다.
데이터 대항해시대,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로의 Reset
윤종록
前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한양대 특훈 교수)
Great Reset의 시대
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대한민국의 무역 흑자는 957억 달러였다. 그런데 그 해에 ICT산업 한 영역에서 무역흑자 규모가 955억 달러였다. 만약 ICT산업에서 무역수지가 0이었다면 2017년 대한민국의 무역흑자는 단 2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ICT 무역 흑자의 50%인 480억 달러를 이웃나라 중국에서 건져 올렸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중국에서 올린 ICT 무역흑자가 대한민국 무역흑자의 절반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2019년 말을 기점으로 중국의 기술 수준이 메모리 반도체 하나를 제외하고 대한민국과 같거나 앞서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GDP총량은 1.6조 달러로써 무역 총량의 1.3배 임을 감안 할 때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광복 후 지난 70년간의 경제를 살펴볼 때 가히 20세기의 경제기적을 이룬 나라임에 틀림없다. 광복 후 20년 간은 미국의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편이었다. 그 후 30년간은 1973년에 발족한 중화학입국 정책에 힘입어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산업경제를 토대로 수출의존형 경제를 일궜다. 원료를 구하기 위해 배로 한 달에 걸쳐 수입해왔고 다시 한 달에 걸쳐 수출했으며 100미터 경주를 150미터 달려서 우승했다. 그리고 1983년 당시 백색전화(개인이 소유하는 전화)가격이 그 지역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인 정도로 정보통신 후발국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산업입국을 선언하며 지난 40년 우리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정부의 통신산업 민영화 계획이 추진되면서 현재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인프라 강국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반도체 등 ICT주변산업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해오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Peter Thiel이 저술한 <Zero to One>에서처럼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X축의 수평적 확장(Horizontal Expansion)의 산업경제 체제에서 상상(0)을 혁신(1)으로 만드는 수직적 혁신(Vertical Innovation)의 Y축 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세계 20대 기업의 순위에 Johnson&Johnson 하나를 제외한 19개 기업 모두가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반면에 우리의 10대 기업 중에서 8개는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X축 기업이고 NHN, 카카오 두 개 만 Y축 기업이다.
X축 기업은 증기, 전기와 같은 하드파워를 필요로 하지만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Y축 기업은 더 이상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를 필요로 한다. 소프트파워는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상상력을 혁신으로 만들어 내는 훨씬 중요한 힘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근면함과 성실함의 바탕 위에 하드파워 강국으로 발돋움 했으나 어느덧 세계 경제는 창의적 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꾸어 일거에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혁신경제로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리셑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은 2021다보스포럼의 주제를 Great Reset으로 정하고 사회 전반의 동시 개조를 의미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정의하는 패러다임의 범위는 과학, 교육, 문화, 금융, 규제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이 Or가 아닌 And로 엮어지는 것이다. 4개가 1이고 하나라도 0이면 곱셈의 법칙에 의거 0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의 개선이 아니라 전체가 동시에 혁신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전제가 되는 것이다.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들
이스라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70년간 세계 최고의 혁신 창업국가를 만든 이스라엘은 미국 다음으로 나스닥 시장을 장악하였으며 6일전쟁(3차 중동전쟁)승리 후 불과 6년 만에 욤키푸르전쟁(4차 중동전쟁)의 패배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의 혁신을 본격 추진했다. 더 이상 키부츠를 중심으로 일궈온 협동농장 중심의 하드파워 경제를 지양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글로벌 경쟁을 지향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을 지향해왔다. 교육을 창의, 수월성 중심으로 바꾸고 남녀 국방의 의무를 엘리트 부대로 탈바꿈시켜 젊은 두뇌가 퇴화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벤처창업 펀드를 마련하고 산학협력 제도를 만들어 과학기술의 산업화를 교육의 기조로 삼은 결과 세계 최강의 창업국가를 만든 소프트파워 강국이다. 1948년 유엔 결의에 의해서 국가가 건설되었으나 그들은 36년 전인 1912년에 시오니즘의 완성이 임박했음을 믿고 미리 팔레스타인 지역에 학교를 하나 짓기로 결의한다. 그것은 국립 히브리대학이 아니라 우리의 카이스트에 해당하는 테크니온 공과대학이었다. 우리가 광복 36년 전에 일본의 제국주의에 희생양이 되었던 순간 그들은 미래의 광복을 준비하는 공과대학을 지은 것이다. 언젠가 독립 후 전세계 70여 국가에서 몰려올 디아스포라를 준비하는 데에는 과학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진 자원이라곤 사해 바닥의 진흙 밖에 없는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그들을 먹여 살릴 토대는 오로지 과학기술이라는 두뇌자산뿐이었다. 소금기가 짙은 토양에서도 극복하고 재배하는 기술을 익히고 거기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며 40%의 물만을 사용하고 오히려 50%를 더 생산하는 기술을 만들어내야 했다. 넘실대는 지중해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역삼투압 기술을 응용하여 단 52센트의 비용으로 1톤의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기술을 구현해 냈다. 아무도 더 이상 연간 400mm의 강우량을 가진 이스라엘을 사막국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막이라는 핸디캡을 세계 최고의 수자원 관리라는 강점으로 바꾸는 저변에는 과학기술 입국을 모토로 개교된 테크니온 대학의 소프트파워의 힘이 담겨있었다. 독립 후 70년간 10번의 장관, 세 번의 수상, 노벨평화상 수상, 대통령 추대를 통해 국가를 위해 봉직한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노동당의 지지로 수상이 된 후 농업국가 이스라엘을 혁신 창업국가로 만들기 위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만 했다. 사회주의 이스라엘의 한계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접목이 그것이다. 그는 지지세력인 노동당의 극렬한 저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잠을 안자며 1주일을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설득하여 관철시켰다. 그때 최초로 노사정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그 후 이스라엘은 농업중심의 키부츠라는 사회주의 협동농장 체제에서 탈피하여 과학기술 입국으로 경제체계를 대폭 수정하였고 오늘날 미국, 중국 다음으로 창업을 많이 하는 나라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는 1992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130만에 불과한 신생국가였다. 가진 유산이라고는 산에 있는 나무가 전부였으나 30년이 채 안된 지금은 단위 인구당 창업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발돋움 했다. 독립은 쟁취했으나 막상 산업 기반이 취약한 나라가 선택한 것은 뜻밖에 ICT입국 이었다. 이웃 핀란드의 영향이 컸으나 정작 작지만 강한 지도자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그 주인공은 토마스 일베스 대통령(2006-2016)이다. 일베스는 미국에서 태어난 에스토니아 인이었는데 겨우 14살 먹은 나이에 중학교 여름방학 과외활동으로 접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계기가 되어 독립 후 귀국하여 국가 지도자의 일원으로 제안한 것이 소프트웨어 의무교육 정책이었다. 상상력을 구현해 내는 도구가 소프트웨어임을 일찍이 깨닫고 신생독립국 에스토니아를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프트웨어 국가로 무장하자는 취지였다. 초고속 인터넷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하자마자 채택하여 세계 최초로 전국의 학교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무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MS의 빌게이츠가 14살 때 아버지가 마련해준 PC를 통해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어 냈다면 일베스 대통령은 같은 나이에 소프트웨어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 최고의 소프트파워 강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일베스 대통령은 2030년까지 130만 인구를 1300만 명으로 열 배나 늘리겠다고 발표하여 실행 중에 있다.(5) 답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E-Residency카드를 발급하는 것이었다. 누구든 간단히 신원조회를 마치고 전자주민등록증을 발급받게 되면 에스토니아 시민과 똑 같이 경제활동을 하며 세금을 내는 간편 인구정책이다. 단 투표권만 없을 뿐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역할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나라임과 동시에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자리매김 해오고 있다.
네덜란드
면적 4만 제곱Km로써 우리나라의 경상도 면적에 불과한 네덜란드의 농업수출 규모는 우리의 15배로써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한다. 이 나라의 슬로건은 <농업은 과학이다>이다. 모든 농업을 과학과 접목하여 세계 최고의 푸드밸리를 만들어 냈고 거기에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대학 와게닝겐 대학을 만들었다. 3개의 농업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고 농촌진흥청 및 산하 국가 연구소를 모두 합하여 대학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학이라 부르지 않고 U&R(University & research)라고 부르는 대학이다. ICT의 메카가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실리콘밸리라면 생명식품과학의 메카는 네덜란드의 와게닝겐에 있는 푸드벨리이다. 전 세계 1500개 식품연구소가 한 곳에 모여서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필두로 종자의 개량과 육종, 유전정보 분석과 합성, 병충해 천적 발굴, 농업 기계화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의 총합이 연간 1110억 유로(우리나라의 15배)에 달하는 세계 2위의 농업수출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반도체의 단위 무게 당 가격보다도 1000배 이상 높은 것이 파프리카 종자다. 단위 그램당 가격이 금의 2배에 해당하며 토마토 종자의 가치도 금 값과 같은 수준이다. 일찌감치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작은 나라 네덜란드를 유럽의 농업국가로 설정하고 소작농의 나라 네덜란드에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농업 유통체계를 장악하기 위해 로테르담 항구를 중심으로 물류체계를 확보하였다. 농산물의 특수성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는 실시간 유통체계를 장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다행히 로테르담 항구를 중심으로 3개의 강이 유럽 내륙을 깊숙이 관통하고 있었고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거기에 유럽 최대 최고의 스키폴 공항을 건설하여 유럽의 트래픽을 장악하는 메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농가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해오던 농업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여 자유시장경쟁을 도입하고 경쟁원리를 작동하여 영세농업끼리 서로 병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유도 하였다. 자연히 농업인구는 10분의 1로 줄었으나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세계 식량안보지수 1위국가, 수출의 22%, 고용의 10%를 차지하는 소위 생명과학입국 정책을 이룩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농민들의 저항과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으나 다른 일자리를 만들고 보완해가면서 일으킨 것이다. 일찌감치 생명과학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입지를 다진 국가경영의 리더십은 국민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표를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소프트파워적인 수준에 와있다. 그런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없었다면 지금껏 인구의 10%가 경상도만한 땅에 매달린 소작농 국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국가 리더십의 역할이 빛나는 대목이다. 우리의 농업수출 규모가 경상도 면적인 네덜란드의 7%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상도 면적의 네덜란드가 세계 2위의 수출국가로 전환한 것은 하드파워 농업이 아니라 과학기술 기반의 소프트파워 농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싱가포르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 인구 13억의 중국 베이징대학이 아니고 1억2천의 일본 동경대학도 아니다. 서울 인구의 절반에 불과하며 면적은 서울의 1.1배에 해당하는 싱가포르의 국립대학, NTU다. 인구 570만 명으로 서울인구의 절반 수준이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일본의 동경대학을 앞서기 시작하였고 그 나라의 공과대학(싱가포르의 MIT)인 난양공대(NTU)는 아시아 최고의 공학대학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NTU는 당초 한국의 포항공대를 모델로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으나 20년 된 이 대학은 50년 된 한국의 KAIST를 넘어 현재는 아시아의 MIT로 일컫는다. 학부생의 30%, 석사과정의 60%, 박사과정의 70%가 외국인이다. 그만큼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제적인 협동 프로그램이 왕성하다는 반증이다. 이 대학의 총장은 해외에서 명성을 날린 분들로 하여금 전권을 가지고 학교경영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최대한 위임하되 부총장은 내국인으로 선임한다. 부총장은 대내업무를 총괄하며 학교의 세계화에 몰입하는 총장을 보좌하며 내부의 인터페이스를 충실히 하는 역할이 주어져있다. 반면에 총장은 인적 재원의 풀을 570만이 아니라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인재로 넓히는데 역할이 주어져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를 지향하는 싱가포르는 하드파워의 강점에서 비교우위를 찾지 않는다. 최고의 브레인을 유치함에서 출발하여 혁신의 메카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정책이 교육입국인 것이다. NTU는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지원과 불간섭이라는 불문율을 활용하여 스웨덴의 노벨위원회 위원을 총장으로 초치하여 학교 프로그램을 최첨단 과학 영역으로 연결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10명의 해외 석학을 리쿠르팅하여 내부 교수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해외에서 초치된 교수들은 5년간 600만 달러 규모의 펀딩 규모 내에서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보장한다. 따라서 한 명의 석학이 채용되면 거기에 따른 수 명의 인재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들어오는 개방형 인재 시스템이다. 따라서 매년 100여명의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효과를 통해 불과 20년 만에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공과대학을 만들어낸 것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모든 강의는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는 관계로 누구나 거부감 없이 유학을 노크하는 대학이 되었다. 국가는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만 예산의 집행에는 완전한 Freedom을 부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당초에는 우리의 전문대학에 해당했던 난양공대의 변신은 국가의 지원과 학교 운영에 있어서 자유도를 누리게 한 점에서 우리와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사 정부의 예산이라는 굴레에서 공무원이 정해준 틀 안에서 움직이게 만들어진 우리의 현실과 크게 비교되는 점이다. 우리의 대학정책을 하드파워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싱가포르의 그것은 소프트파워가 강한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대항해 시대에서 패권자는 누구?
우리는 두 개의 지구에서 살고 있다. 하나는 발로 딛고 있는 지구요 또 하나는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디지털 지구다. 500년 전 대항해시대가 열린 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평평한 지구에서 바다 멀리 항해한다는 건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둥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자 서로 다투어 대 항해에 나서기 시작한다. 그러나 먼 바다를 항해하는 데는 튼튼하고 안전한 배가 필요하다. 따라서 튼튼한 배를 가진 자가 패권자가 될 수 있었다.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인류는 데이터라는 거대한 바다를 만들어 냈다. 이 바다는 날이 갈수록 넓어지는 확장 진행형의 바다다. 이 데이터 대항해 시대에서의 패권자는 AI라는 튼튼한 배를 가진 자가 패권자다. AI는 데이터라는 거대한 바다를 건너게 하는 21세기의 배다. 아무리 넓은 데이터의 바다라도 미지의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튼튼한 AI라는 배를 준비해야만 한다. 대항해 시대의 배는 증기나 전기와 같은 하드파워로 움직인다면 데이터 대항해 시대의 AI라는 배는 창의적 상상력과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조합하여 발휘하는 소프트파워로 움직인다.
우리는 광복 후 20년간 미국의 원조에 의해 국가경제가 움직였다. GDP의 50%이상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한국전쟁에서는 국가방위 조차도 외세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36년의 강점기가 끝났다고 하지만 국가의 기본 3 요소인 영토, 국민, 주권의 완벽한 독립이 20년째 이루어 지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1973년 중화학 입국 선언을 계기로 경제자립이라는 국가운영의 기본 요소에 도전하게 되고 비로소 국가가 국가로써의 최소한의 책임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자원이라고는 전무한 나라의 과분한 결정은 결국 20년의 원조기를 마치고 최초로 자립이라는 문턱에 올라서게 했고 우리 경제를 50년간 지탱하게 할 수 있었다. 이어 1983년에 정보통신 산업입국 정책을 통하여 ICT산업을 육성하여 지난 30년간 우리경제가 지탱해 왔다. 그러나 이 두 산업이 국가 GDP의 33% 이상을 창출해 내며 자원빈국의 20세기 경제기적을 만들어 냈으나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중화학은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고 ICT는 중국의 추월에 힘겨워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생명과학 입국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고목화 되어가는 두 나무를 대체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이 나무는 무엇으로 할까? 비록 늦었지만 생명과학 입국이라는 중차대한 도전에 전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때이다.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ICT산업의 세계 규모는 4조 달러다. 그 중 우리가 8%를 차지하여 3200억 달러를 차지하면서 수출 흑자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생명과학 중 의료/제약 산업의 비중은 8조 달러 규모로서 ICT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난 30년간 최고의 엘리트들이 의대/약대에 진학해왔으나 아직 8조 달러나 되는 이 시장에서 겨우 0.8%를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료산업은 뒤처져 있으나 의료 서비스 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우수한 의대 졸업생의 97%가 의사의 길로 가기 때문이다. 오직 의료과학의 길을 걷는 자는 3%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늦었지만 ICT의 경우와 같이 이를 8%수준으로 높이는 국가적 전략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따라서 의대 정원의 30%를 늘려 그들을 의사가 아닌 의 과학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ICT의 경우 전자통신연구원(ETRI)처럼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연구원을 육성해야 한다. 최고의 의료서비스에 걸 맞는 의 과학 선진국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WEF는 7가지 이유를 들어 일찍이 2018년에 Biological Century를 선언한 바 있다. 제 1 조건이 ICT기술의 발전이다. 과거에 수 십 년 소요될 의료 실험을 수 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백신이 불과 1년 만에 가능한 것도 ICT기술 덕분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유전정보 분석관리가 용이해진 것이다. 제약도 과거에는 거대한 제약회사만의 몫이었으나 이제는 정보통신의 기술에 힘입어 대학 연구소에서도 블록버스터 제약이 가능한 것이다. ICT산업에서 시 총 1조 달러 이상의 기업은 4개에 불과하나 향후 신약 물질을 개발하는 회사는 일거에 조 단위의 회사로 등극하는 것이 용이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가 지난 30년간 의료계에 축적되어 의료서비스 강국으로 도약해온 강점을 살려 의 과학을 더 육성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야 말로 늦었지만 역동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다.
기존 산업의 역동성 회복(ICT비타민을 통한)
기존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가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다. 대다수의 고용과 분배가 여기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생산방식의 획기적 자동화를 통해 리쇼어링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제조업은 원가경쟁에서 인건비의 악순환을 이기지 못하고 환자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 병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병이 아니다. 대신 간단한 처방의 비타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비타민은 ICT기술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처방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이 바로 ICT라는 원료를 활용하여 어느 산업에서나 필요로 하는 간단한 비타민 처방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400만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병을 진단해 보면 400만개의 처방이 아니다. 오직 400여 개의 처방으로 모든 병을 치료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00여 개의 솔루션을 준비하면 모두가 다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솔루션은 다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근간으로 한 데이터 준석 기반의 AI가 답이다. 데이터의 바다를 건너는 배, AI라는 다양한 솔루션의 강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조선업이 25년간 세계 1위의 왕좌를 물려주고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으나 비타민S(Ship Building)를 예로 들어 본다면, 우리는 30만 톤의 배를 값싼 노동력으로 경쟁할 수 없다. 대신 ICT기술을 활용하여 300명이 운항할 것을 30명으로 줄일 수 있는 배를 만든다면 경쟁력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비타민 S로 부르는 것이다. 이제 환경산업에 필요한 비타민 E, 국방산업에 필요한 비타민 D, 농업에 필요한 비타민 A 등 수 많은 산업 비타민을 준비하여 역동성이 식어가는 모든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우리가 개발하는 이 비타민은 우리 산업에서 검증된 후 세계의 여러 기업으로 Customized되어 수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창업의 활성화
개업과 창업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 사회는 종종 이 둘의 관계를 혼돈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 표현하면 비교적 쉽게 다가온다. 개업은 Business Opening이다. 옆집 음식점이 잘 되니 우리도 차리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의 반지름을 넓히는 작업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의 파이가 넓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창업은 다르다. Business Creation이다. 작더라도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경제의 반지름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작업인 것이다. 세계 경제는 성장정체 모드에 진입한지 오래다. 우리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을 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제 0을 1로 만드는 창업이 없이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는 자원이 없는 국가다. 두뇌의 자원에서 가능한 혁신 창업경제의 정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경제 위기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이 ‘Startup America’였다. 세계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가 미국 임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책이었다. 미국의 CEO를 대상으로 개방형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강점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좋은 상상력을 원료로 삼아 혁신을 만드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달나라까지라도 가서 모셔오라는 정책이었다. 출범초기 10%의 실업률을 재임 8년 만에 4%대로 끌어내린 힘의 원천이었다. 현재 미국은 매월 1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젊은이들이 미국에 몰려와서 새로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는 23만개에 달한다. 매월 5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 결과 임기 마지막 날 4.6%를 달성하고 백악관을 떠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매월 사라지는 18만 개의 일자리는 구정물이다. 반면 매월 창출되는 23만개의 일자리는 맑은 물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매월 일자리는 5만개씩 늘어남과 동시에 일자리의 질은 높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이 이어져 코로나 창궐 이전까지 미국의 실업률은 3.6%까지 더 낮아졌다. 미국 역사상 세 번째 3%대 진입 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우리도 다시 창업정책을 창업자 친화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 건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로의 진화
1. 교육
지난 200년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정답을 빨리 알아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상상을 동원하여 가치 있는 문제를 끊임없이 발굴할 줄 아느냐의 경쟁이어야 한다. 전자가 그간 받아온 교육이었다면 후자는 우리의 자녀들이 받아야 할 교육의 모습이어야 한다. 당연한 것에도 도전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상상력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문제의식이라는 호기심 없이는 절대 작동할 수 없다. 우리 교육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부터다. 답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며 당연한 것에 도전할 줄 아는 꿈을 키우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우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구구단을 외우면 곱셈/나눗셈을 기계적으로 빨리 풀지만 구구단을 모르는 상태에서 100단위 곱하기 100단위의 문제를 푼다면 각양각색의 방법이 동원될 것이다. 아마도 푸는 개인마다 거의 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빨리 답을 푸는 것보다 천천히 다양한 생각을 발견해가면서 푸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문제에 도전하면 훨씬 더 다양한 상상을 동원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이제 빨리 답을 구하기 위해 기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하게하는 그런 교육이 되어야 한다. 언어영역은 논리적 사고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더 많이 다루어야 한다. 토론과 질문을 통한 집단적 문제해결 방식도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교사의 전문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예술영역은 수능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어 형식적 수업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게임에 중독되어가는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쳐서 이제는 게임을 만드는데 중독된 아이로 바꾸는 것이다. 데이터 대항해 시대에서 중요한 힘은 증기, 전기와 같은 하드파워가 아니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으나 더 중요한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상상했던 것을 실현하는 도구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논리적으로 구현해내지 못하면 망상으로 그친다. 상상을 꿈으로 실현시키는 수단을 어려서부터 갖도록 무장하는 것이 21세기 교육의 가장 큰 도전이다. 초중고교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이 이미 시작되었으나 교육 시 수가 이스라엘의 1/3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학교별로 선택과목으로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채택하지 않은 학교가 대부분이다. 이제 소프트웨어 과목을 대폭적으로 늘려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때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이외의 다른 모든 과목은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론을 가미하도록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소프트파워는 좋은 상상을 실현해 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 하더라도 원료인 상상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2. 노동/경제
노동법은 지난 200년의 산업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지탱해준 고마운 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일자리는 기계와 인간의 협조관계에서 발생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다양하게 창출되고 있다. 손발이 아니라 두뇌활동을 통한 창의적 일자리가 더 많아졌다. 부지런한 손발이라는 하드파워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이미 로봇이나 자동화 기계들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기계가 잘 작동하는 지 조차도 기계가 알아서 관리한다. 노동자는 반드시 공장에 위치할 필요도 없으며 원격지나 심지어 집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 독립적인 창의력을 공급하기만 하면 그것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지식 조립 산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 계약에 의해 100% 고용되지 않아도 필요한 기능만 제공하면 시간의 제약에서 독립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특정 역할만 제공하는 자율 고용이 추세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의 독립선언이 고용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이 같은 고용 독립은 대세화 되어가고 있다. 노동의 기계화에서 이제 노동의 해체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노동이라는 정의를 21세기의 형태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 노동은 시간이라는 변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근로 시간과 조건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의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자의 정보를 수집 판단하는 독립된 자유노동이다. 기자는 24시간 간장상태에서 대기해야 한다.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으나 사실상 무의미 하다. 작가나 예술가는 긴 시간의 노동이 무의미 하다. 순간의 아이디어를 위해서 수 많은 시행착오가 용인되어야 한다. 구글, 애플 등 플렛폼 기업은 출퇴근 시간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전 세계가 근무지일 수 있다. 청바지를 입고 공장에서 손발을 부지런하게 움직이던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이제는 셔츠를 메고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와 온종일 씨름하는 플렛폼 노동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다양한 속성에 따른 노동법의 개선이 필요한 순간이다. 노동의 스펙트럼이 블루 컬러에서 화이트 컬러까지 다양한 색상으로 넓어져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동법이 블루컬러를 의미하는 청색에 맞추어져 있다면 이제는 무지개 빛을 다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블루 컬러가 아닌 경우에는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노동법의 현대화를 추진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가 자신의 노동시간을 자기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력은 매일매일 균등하게 배출되지 않는다. 가장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시간과 장소와 계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월간 또는 연간 총량을 설정하고 필요 시 예금을 꺼내 쓰듯이 근로시간을 스스로 제어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평생 한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과거에는 혜택이었으나 이제는 근로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경보음도 없이 세상이 갑자기 고용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이 빙하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제 다음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남이 만들어놓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 줄 아는 아이로 길러야 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일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노동법이라는 보호막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면 보호막을 박차고 나가기 위한 규제완화가 더 필요할 것이다. 육체의 근면성으로 움직이던 경제가 두뇌의 창의성으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은 노동의 다양성과 그 속성에 맞는 업그레이드된 정교한 제도에 의해서 발전한다.
3. 문화
아무리 좋은 총과 총알이 있다 한들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녹슬어 갈 뿐이다. 총과 총알이 하드파워라면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힘이 소프트파워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두뇌를 가진 나라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이들이 주저주저 하면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힘을 주어야 한다. 실수로 명중하지 못했다 한들 주저함 없이 다시 도전하는 힘은 실패에 대한 관대한 시각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 과거 산업사회의 엄격한 시각으로 본다면 용납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부품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엮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상을 원료로 삼아 움직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에서는 혁신적인 도전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이제 도전하는 힘에 응원이 따르고 실패한 경우라도 격려가 따를 수 있는 환경이 소프트파워가 강한 사회다. 세상 사람 모두가 78억 명이다. 그 중에 같은 얼굴이 단 한 명도 없다. 얼굴이 다 다르듯, 생각과 역량도 다 다르다는 의미다. 각자의 다른 역량이 존중되어 그 역량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활용되어야 한다. 오히려 서로 중복되는 역량은 피해야 한다. 이들의 합이 가장 극대화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21세기 국가경영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100명이 경쟁하면 한 명의 두뇌만 활용하는 것이지만 100개의 목표를 두고 100명이 경쟁하면 100개의 두뇌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왜 산업화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들은 표준화된 목표를 던져주며 하나의 두뇌만을 고집하는가 이다. 과거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심각했다. 서인 출신은 원천적으로 국가인재 풀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다른 당파 출신은 집권당이 됨과 동시에 배척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자신을 묶어두는 환경의 근원은 스스로의 울타리를 지키겠다는 닫힌 마음의 소산이다.
4. 제도(규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에 의하면 부국으로 가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인종적, 기후적 조건이 아니라 포용적인 제도라고 한다. 제도란 금과 은처럼 물려받은 한정된 유산이 아니다.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정성을 들이는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적 도덕적 리더십에서 출발한다. 나만의 이익, 우리만의 폐쇄성, 나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도그마가 전체적인 최적화의 걸림돌이다. 좋은 제도란 국민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사회적 약속이어야 하며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권력이나 부가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다수가 소외되는 사회는 활력을 잃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대가가 따르지 않으면 일할 의지는 상실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불안한 사회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힘 있는 자들이 권력과 돈으로 시장을 독점하여 공평한 분배 대신 극단적인 빈부격차로 양극화에 시달리는 제도는 국가경영에 실패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은 항상 다가오는 미래를 미리 염려하고 준비하는 두 개의 눈을 가져야 한다. 하나는 경제의 눈이요 또 하나는 정치의 눈이다. 이 두 눈은 과거를 되돌아 보는 거울이 아니라 지평선 너머를 멀리 내다보는 망원경을 가진 눈이라야 한다. 다행히 경제의 리더십은 경쟁력이 있는 상태라지만 아직도 집중화, 분배, 양극화라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창의력이 최고의 자산인 경영환경에서 젊은이들의 창의력이 존중 받지 못하고 힘있는 기업의 보이지 않는 술수에 휘말려 창의력이 발휘되지 못하게 함은 가장 큰 경제사범이다. 개방형 혁신으로 전 세계의 좋은 아이디어를 쟁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 맞은 지식재산권의 보장을 구체적이면서도 분명히 천명하고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1624년, 영국이 최초로 특허조례를 만들어 창의적 지식을 보호해주었기에 계몽주의를 먼저 싹 틔운 프랑스를 앞질러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고 미국도 헌법에 특허권을 보장하는 선각자적 제도를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5. 인구, 식량, 농업(국토의 균형개발)
우리의 농업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주력산업이었으나 영세하기 그지없는 의식주 해결 형이 전부였다. 그러나 1973년 중화학 입국이 선언되면서 농촌인구의 이탈이 가속화되어 현재는 젊은 세대는 거의 사라진 진공상태나 마찬가지에 이르렀다. 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의 1인 가구는 30%를 넘었고 농어촌의 경우 생명의 연장과 더불어 고령, 초고령 인구만이 고향을 지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나마도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나홀로 가족이 50%를 넘어선 상태다. 따라서 일반 가정의 농업 수준은 자급자족 형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노쇠화와 더불어 심지어 빈 집도 늘면서 마을의 슬럼화가 가속되어 고향이라는 심정적 도피처의 역할 마저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농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시간을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경상도 면적의 네덜란드가 농가 당 경지면적이 27헥타르를 넘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농업혁신을 주도해가며 세계 농업 수출의 2위를 달성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우리의 15배에 해당한다. 국토의 면적이 절반에 불과한 나라가 우리의 15배나 수출하는 엄연한 현실에 비추어 많이 늦었지만 우리의 농촌 문제의 방향을 새로이 정립할 모델로 삼아야 할 가치가 있다. 우선 ‘농업은 과학이다’라는 슬로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명과학,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을 공부한 젊은 과학자들이 누구나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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