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주임교수 / K-Culture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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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8-30 09:34 조회4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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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를 사로잡은 K-culture의 비밀과 장기(長期) 플랜에 대하여
제 76차 유엔총회 특별행사의 개회식 연설을 듣기 위해 공식 유튜브 채널 생중계에 1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고 있다. 연설자는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단상에 오르는 단골이다. 실시간 채팅창은 금세 보라색으로 물든다.
지난 2021년 9월 BTS의 리더 RM의 유엔연설을 접할 당시, 깊은 감동만큼 커다란 부채의식을 느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을 향해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길을 잃은 세대(코로나 로스트 제네레이션)가 아니다. 변화에 겁먹기 보단 ‘웰컴’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걸어가는 세대(웰컴 세대)다.”라고 전하는 그들은 노래와 춤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이너 그 이상이었다. 오피니언 리더였고 메신저였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정책이나 캠페인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김구 선생이 그토록 원했던, 한없이 가지고 싶다 했던 '높은 문화의 힘'이 이런 것일까? 뿌듯함과 동시에 기성세대로서, 문화예술인으로서 성찰의 시간이 밀려왔다. K-culcure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와 내일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전성기의 연장과 지속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숙고하게 되었다.
K-culcure의 최전선에 있는 K-pop은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와 기획력을 보여준다. H.O.T를 필두로 한 1세대 아이돌에 이은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의 선전으로부터 SM, YG, JYP 등 아이돌 전문 기획사의 육성프로그램과 해외진출, 글로벌 스타 싸이와 전 세계를 강타한 BTS 신드롬에 이르기까지 숨 가쁜 발전과 진화를 거쳐 왔다. K-drama 역시 일본과 중국 위주의 해외시장이 인도와 아랍권, 남미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며 OST, 패션, 음식 등 다양한 파생상품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제는 접두사 K만 붙이면 웬만한 상품은 수출에 성공한다고 하니 지글거리는 라디오로 팝송을 들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환호했던 기성세대에겐 이만저만한 격세지감이 아니다.
그렇다면 K-culcure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은 한국인의 뛰어난 DNA와 재능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같은 시스템 아래에서 트레이닝을 시켜도 춤, 노래,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습득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고 한다. 세계 유수의 오디션을 휩쓰는 아티스트들과 세계 명문 예술대학의 높은 한국인 학생 비율 등이 이를 증명한다.
K-culcure의 근간을 이루는 정서와 주제의식 또한 세계화에 최적화된 강점이다. 우리는 ‘興(興)과 한(恨)’을 동시에 지닌 몇 안 되는 민족으로 5음계만을 사용하는 국악에서도 진양조에서 휘모리까지 다양한 빠르기와 리듬감으로 감정표현의 폭이 넓으며 판소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비극과 해학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거기에 끈끈한 가족애와 따스한 인류애를 보여주는 드라마 장르(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는 유교에 바탕을 둔 충효나 권선징악 같은 보편적 주제가 자주 등장하기에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과도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다.
멀리는 80여 년 전 명창 임방울 선생의 ‘쑥대머리’와 ‘호남가’ 앨범이 우리나라, 일본, 중국 만주 등지에서 120만장 넘게 팔리며 동남아까지 유행했던 한(恨)의 정서가 그 예이고 가깝게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자본주의 비틀기와 가족애 등을 보여주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의 위용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주제의식이 그렇다.
물론 한국인의 태생적 재능과 융화가 용이한 가치관 외에도 관련 산업의 체계적 시스템, IT강국으로서의 강점을 살린 다양한 콘텐츠 등이 K-culcure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기에 지금의 위상이 가능한 것일 것이다.
미치도록 아름답고, 벅차게 자랑스러운 K-culcure의 전성기를 지켜보며 무섭도록 달려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성공에 도취에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과거 홍콩 느와르 영화의 쇠락을 답습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나라를 이끄는 리더와 문화예술계의 원로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플랜을 짜야하는 이유이다.
이에 시급한 몇 가지를 우선적으로 제안해 본다.
첫째는 장기적 안목으로 성장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의 비보잉은 세계무대를 휩쓸었다. 그러나 미디어의 관심이 멀어지고 기관의 지원이 미비하자 후진을 양성하기 힘들었다. 선수의 능력과 별개로 브레이킹 국가대표에 불혹에 가까운 선수가 발탁되는 현실은 뼈아프다. 수십 년을 내다보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유지하는 정부와 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는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의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10대와 20대 위주의 K-pop과 중장년층 위주의 K-drama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경계선 밖의 소비자를 위해 뮤지컬, 미술, 무용,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하며 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당장 일본만 보아도 마니아 팬을 보유한 장기 연재만화와 현대자동차의 연간 수익을 능가하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 회사가 있지 않은가.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투자하고 개발해야 한다.
셋째 부단히 소재 및 장르 발굴에 노력해야 된다. 어떠한 문화상품이 세계시장에 통할 지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다. 우리의 설화나 동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더 큰 인기를 끌지 트로트나 밴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K-culcure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상품이 파생상품을 배출하면서도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 드라마 한 편이 성공하면서 OST를 부른 가수가 인기를 얻고, 여주인공의 의상이 유행을 하고, 촬영지가 관광 상품화 되는 정도는 이제 흔하다. 2차 창작물인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 혹은 게임, 거기에 연계된 다양한 굿즈, 체험관 등 새로운 파생상품의 제작 및 보급에도 신경 써야할 것이다. 창작자나 제작사의 의지와 역량에만 기대기엔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
이제까지 K-culcure에 관한 정부의 정책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향이었다.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선의는 감사하고 바람직하기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존의 방침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K-culcure에 대한 안팎의 높아진 기대치와 장밋빛 전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관,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적극적 태도와 견고한 제도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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