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한국동문회장_김재범_미중갈등의 첨예화와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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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2-21 10:20 조회898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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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의 첨예화와 한반도
김재범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한국동문회장
전 주 우루과이 대사
전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외교특임교수
지난 2월12일 한미, 미일 및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연이어 개최된 호놀룰루 소재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는 필자가 2002년 관리과정을, 2005년 고위관리과정을 각각 이수하고 2007년 동문워크숍에 한국대표로 참석했던 기관이다. “싸우지 않고 이김이 최고의 승리”라는 손자병법에 따라 역내 각국의 안보관련 인사들이 함께 모여 비전투(non-fighting) 전법을 연마하고 네트워킹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5년 9월4일 이를 설립했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국방부 및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산하기관으로 되어있으나 설립당시부터 국무부와 긴밀한 협조 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APCSS는 작년 1월20일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미국 인도태평양전략의 중심기관으로 부상한 느낌을 준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한미일 북핵문제 책임자의 3자 및 양자 회담도 거기서 번갈아 열렸으며, 한미일 국방장관도 이르면 3월중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을 공표하고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하기 훨씬 이전부터 APCSS의 38개 관할대상국에는 태평양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모든 연안국들도 포함돼있다. 또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이 2월12일 호놀룰루 도착 전 피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솔로몬제도에 상주대사관을 29년 만에 재개설할 예정임을 밝힌 것은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중국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데 태평양 도서국들의 중요성이 그만큼 증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미양국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한미동맹이 아세안, 중미, 태평양도서국 등 광범위한 지역으로 협력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음을 평가했다고 한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기후위기, 핵심 공급 망, 성 평등 및 역량증진, 개발금융, 그리고 코로나19 종식 및 차기 역병창궐 방지를 위한 노력을 포함한 국제보건안보 등 우선순위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접근법에 관해 논의하였다. 또한 정보 및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고, 민주적 가치 및 보편적 인권에 대한 존중에 기초하여 핵심 및 신흥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는 등 경제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공조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한편 APCSS의 조성민 교수와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 스파글리 국제문제연구소의 스카일러 매스트로 연구원은 2월3일자 포린어페어즈 지 공동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한미일 3국간의 안보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로서는 한미일 3각 안보의 추진에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고 이상적인 방안도 아니다.
그 이유는 (1) 중국과의 이른바 3불 약속에 반하고, (2) 국민 정서적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3) 과거 냉전시대 한·미·일 남삼각 대 북·중·러 북삼각의 대립구도를 오히려 더 첨예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4)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상호 보완재임과 동시에 경쟁재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더 강력할 때 한반도의 안보와 동북아지역의 안정이 더욱 확실히 보장되어왔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미국이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을 각각 주도하고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양국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일본이 속한 다자기구에 빠짐없이 참여함으로써 대처함이 합당할 것이다. 한일양국은 기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안보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2021년 9월24일 4자안보협의체(Quad) 정상회의에서 작성되어 지난 2월11일 백악관이 공개한 아시아태평양전략의 목표는 중국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움직이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동맹국 및 동반자국과 접근법을 일치시키면서 전례 없는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중국과 경쟁하겠다면서, 협업대상으로 우선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및 태국의 5개 동맹국을 먼저 거명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뉴질랜드,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및 태평양 도서국들을 동반자국으로 예시했다. 그리고 인태지역의 주요 도전과제로 (1) 기후변화, (2) 전염병 및 (3) 북한을 제시했다.
따라서 만약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행 부챗살(hub-and-spokes)형 안보체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다자안보기구로 전환하려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가 아니라 호주, 필리핀 및 태국을 포함한 6자 안보협력체를 먼저 결성하고 거기에다 새로운 회원국들을 더해가는 방식으로 추진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길게 보아 남북한이 통일에 이르는 길은 세 갈레로 상정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독일통일의 예에서와 같이 북한주민이 스스로 깨어나 통일을 선택하는 길이다. 그 다음은 중국내 민주화가 진전되어 티베트, 신장위구르, 홍콩 등지에서 더 많은 자치를 누리게 되고 그런 추세가 북한으로도 유행처럼 번져가는 길이다. 마지막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이익 및 금지선을 서로 존중하면서 큰 거래를 성사시키는 길이다.
첫 번째 길은 북한주민이 알권리를 충족하고 현 체제의 부당성을 시정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데 앞으로도 장구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두 번째 길 역시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중동의 봄’이나 동유럽의 색깔혁명에서 보듯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길은 앞의 두 가지에 비해 실현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첨예화하는 미중간의 갈등상황 하에서 미국조야의 언필칭 현실주의적이고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기류가 전환되지 않는 한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동맹국과 동반자국을 규합하여 중국에 대처함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1961년 미국이 터키에 배치된 미사일을 첨수함으로써 쿠바미사일위기를 타개했던 바와 같이, 견제(containment)와 관여(engagement)를 적절히 배합하여 명분과 실리를 서로 균분하는 지혜를 발휘함이 현실적 및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방식은 유화책(appeasement policy)으로부터 도출된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동맹국 및 동반자국과 합세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한반도, 대만해협, 중동 등지의 여러 전선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려는 시나리오는 실현가능성이 지극히 박약하다. 따라서 사태의 경중완급을 기준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 긴요한데, 지금까지 미국이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불침항모’인 대만의 그것보다 과소평가해온 것이 문제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해양진출이 가능한 곳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밖에 없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핵심이익인 대만을 병합함을 시간문제로 여기고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등의 국제정세 급변사태에 따라 행동에 옮길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에게 태평양으로의 출구를 허용해주는 대신 통일한국으로 하여금 동북아정세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토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일대전환이 소망스럽다.
혹자는 이와 같은 견해를 수정주의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미·중 양국은 미군이 휴전선 또는 38°선 이북으로 진주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여 일국양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미국의 대만관계법도 개정해야 한다. 대만 및 홍콩의 국제적 지위는 1991년 우리나라의 주도로 중국과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했던 선례에 따라 경제주체로서 비정치적 국제기구에 가입토록 하면 된다. 물론 이는 과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가 소련과 함께 유엔 회원국이었던 선례와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한·미간 국력의 격차는 아직까지도 전략적 이해관계의 상호괴리를 수시로 노정해왔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대전략을 추구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동북아지역에서의 생존과 번영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한미동맹이 포괄적 가치동맹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해관계의 공통분모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정부는 이와 같은 추세를 잘 활용하여 일단 한반도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되찾도록 설득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한다. 이를 위해서 미국의회 및 전국적 여론형성층 등으로부터 다각도의 측면지원도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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