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의 사랑의장기기증 前이사장 / 영부인들과 나의 인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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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6-13 08:21 조회2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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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라 걱정을 한 남편을 둔 덕분에 박정희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이 나라 현대사의 영부인들을 만나 크고 작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살아온 삶이 축복이고 은혜임에, 어느 날 갑자기 벅차올라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떼어주는 수술 후 누워있는 병상에 조용히 찾아와 두 손을 꼭 잡고 기도 해주시던 당시 김대중 대표 부인 이희호 여사. 사슴 같은 선한 눈으로, 그윽히 바라보던 그 눈길은 수술 후 통증으로 고통스럽던 내게 아픔을 잊게 해 주었다. 그 후 영국 캠브리지에서 생활하실 때 그 작던 아파트 방문에 조용히 속 이야기를 하시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어느 순간,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어요”. 큰 정치인, 나라의 지도자인 부군 앞에서 서슴지 않고 바른 말을 하시던 분, 그 분이 그립다.
그 병상에서 청와대의 전화 한통. 당시 김영삼 대통령 영부인 손명순 여사였다. “나도 신장기증하고 싶었는데, 사모님”이라는 공감의 한마디. 손 여사는 야당 총재 아내였을 때, 당 간부 부인이라고 무언가 주고 싶어서 가방을 뒤적이다 쓰시던 콤팩트 화장품을 손에 쥐어주시던 따뜻한 마음을 품은 분이었다. 그 마음이 오래고 전해져 지금도 가끔씩 미소가 번진다. 소탈하고 소박하시던 그 모습이 뵙고 싶어서 마지막 보내드리는 장례식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나라는 여인네들 때문에 큰일이야.” 늘 다정다감하던 은행원 친정 아버지의 큰 목소리가 안방에서 들렸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그래도 이 나라를 세운 훌륭한 분인데……” 뒤이은 어머니의 조용한 말대꾸. 늘 잉꼬부부셨던 부모님의 뜻밖의 큰소리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독재정권 물러가라!” 외치는 야당의 구호로 자유당 정권 대항에 공감하시던 아버지. 어머니는 아무리 실수, 실책을 하더라도 이승만 박사는 이 나라를 기독교 정신으로 건국한 훌륭한 지도자로 지지 안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어린 나는 그 어려운 부모님의 정치 대화가 오랫동안 여운으로 기억되었다.
사람들은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외국여성이라 대한민국 국가보다는 연로한 대통령 부군의 건강이 늘 우선이었다는 이야기를 쑥덕거렸다. 결국 오랜 집권의 병패와 아부꾼들의 정치 농단에 4.19 민주혁명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그 혁명의 선봉에 고대학생회장 이기택, 내 남편이 있었다. “엄마, 동생의 영어 선생님 추천할게요”, 언젠가 첼로를 전공하던 딸아이가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추천하였는데 마침 이승만 박사의 손자였다. 이화장에서 조혜자 여사를 뵙고, “따님이 아주 예의 바르고 조신해요”라는 덕담을 건네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이렇게 역사는 또 다른 페이지로 흘러갔다.
‘이경의 집사님, 개척교회 목사님 후원에 동참해주시어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
윤보선 대통령 영부인 공덕귀 여사의 서편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 다니시던 안국동의 안동교회에서 오래 뵈었던 공덕귀 여사는 늘 조용한 미소로 전도사 출신답게 기도와 찬송이 가득했던 안국동 윤 대통령 사저. 오직 나라를 위해 묵묵히 기도하시고 조용히 내조하시던 그 모습. 그 큰 며느님이 학교 후배이고, 작은 며느리는 내가 주최한 자선행사에 나를 도와주며 오랜 인연을 이어갔다.
“아휴~ 이렇게 어린 분이 어떻게 험한 정치 내조를 하시려나.”
최연소 국회의원 부인으로 미술대학 3학년 재학 중 결혼한 내게 손을 내밀며 걱정을 건네던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님의 자애로운 미소가 험난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남편의 내조를 시작한 내 마음을 오랫동안 적셨다. 그 시대, 나사렛 나병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청와대 속의 야당을 하겠다고 다짐하던 육 여사를 언론을 통해 보면서 진심으로 나라 걱정을 하는 그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온 생을 나라에 바친 분으로 기억된 영부인과 함께 학교 후배인 박근령 이사장은 여러가지 상의도 하고 대구 보궐선거 때는 함께 대구까지 내려가 언니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우며 안타까운 형제애를 전했던 자녀분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혼자된 내게 남편을 인사 시켜주던 박근령 이사장이 늘 안녕하기를 기도한다.
“평상시 존경하던 정치인 중 한 분이셨기에 억울함 없게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남편 이기택 씨가 5공 청문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가까운 정치인 부인을 보내 난화분과 함께 전해진 전두환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여사의 편지. 이에 “남편에게 전하겠습니다. 본인도 아무리 난세라도 남의 집 산소까지 뒤지는 것은 아니지라고 혼잣말을 하더군요. 그런데 현장에 다녀오더니 개인 사유지에 임도를 내고 헬리콥터장을 설치한 것은 좀 심했다고 하면서 아무리 급조된 권력이라도 이렇게 허투루 남용되면 안 되는데라며 걱정하더군요”라는 답을 전했다.
청와대 초청 만찬에 보색 한복을 곱게 입은 노태우 대통령 영부인, 김옥숙 여사와 악수를 나눈 것이 첫 만남이었다. 한참이나 후에 워커힐 그림 전시장에서 잠깐 마주친 그는 남편의 비자금 문제로 많이 지쳐 보였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왜요?”
“국회의원들이 비를 맞으며 단상 아래 앉아 있는데 단상 위에 앉아있대, 끝까지.”
남편이 대통령 후보 행사에 다녀오더니 혼잣말로 이회창 전 총재 부인 한인옥 여사에 대해 내게 던진 말. 그 후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야당을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갔다.
“사모님, 바쁘시더라도 의원 부인 모임에 나와주세요. 선배 사모님들께서 좋은 점들을 배우며 따르고요, 잘못된 부분은 마음 속으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요, 우리.” 남편이 야당 총재였던 시절, 그의 부산상고 후배였던 노무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했다.
“애들 대학 진학 때문에 늘 시간이 없네요.”
나이에 비해서 늘 차분하고 말이 없었던 권 여사. “제 남편이 총재님 많이 생각하는 것 아실겁니다”라는 대통령 당선 직후의 대화가 마지막이었다. 남편을 잃고 험난한 삶을 뉴스를 통해 접하며 예전에는 부부동반 낚시도 하고, 북아현동 집에서 식사도 하던 순수했던 그 표정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미리 좀 드시고 다니세요.” 인사하느라 식사할 틈도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 옆에서 건넨 한마디.
“고구마를 먹고 오긴 했어요.”
청와대에서 고구마? 웃으며 우리는 소박한 대화를 나누었던 그때를 지나 혼자된 내 손을 잡아주던 따스한 손길. 그 후 정치적으로 모진 일을 겪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접하며 평안을 기도했다. 방배동집 방문해 포항 가자미와 아침밥 한 그룻을 다 드셨다고 내게 자랑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단톡방에서는 정치 대화 삼가해주시기를.” 동창 단톡방이 조국 사태로 오염되고 있었다. 말 없는 다수의 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였다.
“이 나라의 국격은 어떡해야 하나요”
라오스 공항에서 대통령 남편보다 몇 걸음이나 앞에서 블라우스 차림으로 손을 흔들며 당당히 사열하는 김정숙 영부인의 사진을 보고 그 동안 단톡방에 참여치 않았던 내가 한 마디하고 말았다. 짐짓 침묵이 이어지던 단톡방에서 질문이 쏟아진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나라 걱정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마지막 글을 올려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요즘은 법인카드 사용으로 야당대표 부인, 전용기에 대통령 휘장을 달고 인도를 방문한 전 영부인의 처신으로, 신분 확인도 안된 인물과의 면담 자리에서 속내를 내비친 영부인의 몰래 카메라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프란체스카 여사부터 김윤옥 여사까지, 역사 속 영부인들의 인간적인 면면을 볼 때 영부인이라는 자리는 국민의 선택이 대통령, 남편이지 본인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자리인 것 같다. 그 자리는 국가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가장 위중한 자리일 수 있는, 책임이 엄중한 자리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힘든 내조가 절대 요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은 국가의 역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무게였다. 앞으로 이 나라의 영부인이 항상 경건하게 기도하는 겸손의 자세로 오직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늘지고 소외된 분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를 소원한다.
좋아하는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을 기억합니다.
“내 마지막 육신의 재를 들판에 뿌려 들꽃을 피우는데 도움이 되게 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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