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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신 무역장벽 대응 수단으로서의 재생에너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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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1-18 10:52 조회4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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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신 무역장벽 대응 수단으로서의 재생에너지의 필요성

얼마 전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확정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조달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RE100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으로 전 세계 38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그중 구글(Google),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Facebook) 등 60여개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하였으며, Apple, 비엠더블유(BMW) 등에서는 공급망 업체에도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도 RE100 가입 요구가 증가하면서 2020년 SK 6개사가 가입한 이후 최근 삼성전자까지 총 23개 기업이 가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가입 이전까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은 약 30TWh 수준이었다. 연간 약 26TWh의 전력을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가입한 지금, 이들 기업들의 수요만 생각해도 연간 재생에너지 발전 요구량은 50TWh이 넘는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TWh 밖에 되지 않으며, RE100 가입 기업 중 실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한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2개사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가 많이 증가했다고는 하나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6.6%에 불과하여 RE100 수요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가 기타 간접배출(Scope3)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 요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는 ESG와 관련하여 기업이 공시해야 하는 7가지 산업전반 지표 범주 중 하나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Scope 3까지 공시할 것을 제시했다. 즉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배출량(Scope1) 정보뿐 아니라 사용한 에너지에 의한 간접배출량(Scope2)과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한 배출량(Scope3)까지 산정하고 공시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도 기후변화 정보공시 초안을 통해 모든 상장기업은 Scope2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요하거나 기업이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경우 Scope3까지 단계별로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ESG 경영을 위해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공급망 전반에서의 배출량을 관리하게 되면서, 가치사슬 내에 있는 전후방 기업들에 대한 RE100 가입 요구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여진다.

 


RE100 이외에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 요인은 또 있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했던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초안에 대해 올해 6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입장이 확정되면서 현재 3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유럽의회는 실제 비용 부과 없이 배출량 정보만 보고하는 전환기간 동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적용하는 품목에 대해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했던 5대 품목(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외에도 유기화학 물질과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제품들의 내재 배출량 산정 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하는 직접배출(Scope1)뿐 아니라, 간접배출(Scope2)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입장을 확정했다. 간접배출까지 산정할 경우, 제품 공정 과정에서 사용된 전력의 배출량까지 포함하여 배출량을 산정하게 되므로 사용 전력의 청정화가 중요해진다. EU 이사회는 전환기간 동안에는 직접배출만 산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확정하였으나, 전환기간 종료 이전에 가능한 빨리 간접배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평가하도록 요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즉, 전환기간이 아니더라도 향후 본격 시행 시 간접배출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간접배출이 포함될 경우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아 전력부문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EU는 향후 CBAM 적용 품목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어 국내 영향 범위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CBAM 대응을 위해서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는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이 재생에너지는 신 무역장벽 대응과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확대를 기본적인 방향으로 잡고 있다. 원자력이 확대되더라도 재생에너지가 기업들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같이 증가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보면, 2030년 원전 비중을 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의 23.9%에서 32.8%로 증가시킨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5%로 제시하여 기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준으로 낮췄다. 이 계획대로라면 2030년경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00TWh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태양광 산업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목표조차 달성 가능할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 여건을 볼 때, 재생에너지 확대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에너지원으로 국내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는 없다. 모든 에너지원은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고 국가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들은 상황에 맞게 다양한 에너지원을 믹스하여 공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부존 자원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없으면서 자원 고갈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발전 효율이 낮고 간헐적인 전력 생산으로 추가 설비가 필요하며 아직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원자력은 발전 효율이 높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방사능 유출로 인한 안전사고와 폐기물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부존 자원이 없고 전력 다소비 산업을 근간으로 한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러한 에너지원별 장단점을 고려하여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가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량과 에너지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온실가스 감축과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중단기적으로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으나, 세계적인 흐름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생에너지는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주요 에너지원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금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도 무너질 수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은 2010년 이후 유럽발 경제위기와 China risk(중국 정부의 집중 투자로 인한 공급 과잉 현상)를 통해 침체기를 겪으며 국내 후방 산업은 대부분 무너졌고 최근 엘지전자까지 셀 사업을 중단하면서 전방 산업 일부만 남은 상황이다. 당시 국가 보조금을 투입하여 좀비기업까지 만들며 재생에너지에 계속 투자했던 중국은 현재 세계 태양광, 풍력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 태양광 부품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신 무역장벽과 세계 무역 질서 재편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 에너지 및 산업 정책 방향성과 전략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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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LG 화학 기술연구원
前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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