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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칼럼] ‘소크라테스 스타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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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0-31 15:15 조회6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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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칼럼] ‘소크라테스 스타일’ 리더십

상대방의 말 경청 후 대화·논쟁
논박 본질은 필요없는 것 빼기
사욕과 아집·편협한 사고 아닌
철인의 덕목 갖춘 리더십 중요

대야성의 안주인 고타소는 백제의 명장 윤충 손에 목숨을 잃었다. 고타소에게는 힘센 아버지가 있었다. 바로 선덕여왕의 조카 김춘추였다. 사랑하는 딸이 꽃다운 나이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김춘추는 “기둥에 의지하여 서서 종일토록 눈도 껌뻑이지 않고, 사람이나 물건이 그 앞을 지나도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 일로 김춘추는 백제 멸망의 꿈을 꾸고, 결국 실현한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 일화를 놓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김춘추라면? 한 학생은 복수의 칼날을 세우는 김춘추의 행위가 자연스럽다고 했고, 다른 학생은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전쟁을 하는 이유가 단지 그것이라면 또 다른 전쟁으로 자기처럼 아픈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올 텐데, 적어도 국가의 지도자라면 개인의 복수심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철학

당신이라면? 당신이 김춘추라면 당신은 어떤 결단을 할까. 결단과 태도는 그 사람을 닮는다. 경박한 사람인지 진지한 사람인지,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인지 욕심만 있는 사람인지, 안하무인인지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인지, 남 탓만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부터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 각박한 사람인지 넉넉한 사람인지, 행태에는 그 사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연임으로 독재체제를 완성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시진핑의 리더십으로 볼 때 그가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때론 인내하고 때론 밀어붙이며 차곡차곡 힘을 비축해가는 스타일인 듯하다. 어쨌든 중국 청년들에게는 인기가 있다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그런 권력자가 그 힘으로 동북공정을 밀어붙이는 일은 분명히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수나라, 당나라와 전쟁을 한 을지문덕 장군이, 연개소문이, 그 이전에 장수왕이, 광개토대왕이 어떻게 중국인이란 말인가. 강력한 중국의 뒤틀린 자신감이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빼앗아가지 않도록 시민정신을 모아 역사를 지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의 지향성과 결단, 그리고 행위가 어지럽게 꼬인 상황을 풀어내는 것인지 회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힘으로 공포를 조성해가며 욕심과 아집을 강화해가는 것인지 우리는 안다. 우리에게는 모든 일의 동력이 욕심과 아집인 리더를 믿지 않는 본능이 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소크라테스 스타일’이 있다. 철학자 김용규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세상의 상식을 하나씩 논파해가며, ‘소크라테스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묻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느 분야에서도 별다른 공적이 없는 소크라테스를, 한가함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고 평생 백수로 산 소크라테스를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하고.

바로 대화술이다. 소크라테스는 상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다. 대화다운 대화의 기본, 경청이다. 그렇게 경청한 후에 상대의 입장을 상대보다도 더 잘 정리해서 상대에게 돌려준다. 그 가운데 상대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입장이 드러나고, 당황한 상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 로고스적 대화가 바로 소크라테스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김용규에 따르면 이 논박들의 본질은 ‘빼기’(subtraction)에 있다. 그 빼기는 아버지 소프로니스코스가 석공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리석에 사자를 조각하려면 대리석에서 사자의 형상이 아닌 것을 쪼아내야 하는 이치다. 사자의 형상이 아닌 것을 빼면 사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 소크라테스 스타일로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를 찾아내보면 어떨까. 나는 빼기를 해본다. 사욕을 힘으로 몰아붙이는 사람, 편집과 왜곡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남 탓만 하는 사람, 급한 성격을 순발력으로 착각하는 사람, 인내의 힘을 모르는 사람, 호가호위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 당신의 빼기는 어떤 것인가. 빼기와 빼기가 만나 만들어내는 흐릿한 지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형태를 드러내는 것은 아닐는지.


이주향 수원대 교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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