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디지털 전환 (이광형 KAIST 총장·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 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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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0-24 15:48 조회58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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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과정 학위로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하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디지털 전환
대전환의 시대이다. 대전환 현상이 대한민국에는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것 하나 과거에 하던 방식으로는 대응이 안 된다. 이런 위기감을 가져오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필자는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성장 잠재력 저하, 안보 환경 변화, 인구 감소이다.
하지만 이 3대 요인은 디지털 전환으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전환은 모든 분야에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효율이 올라가면 위기 요인도 많이 상쇄된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성장, 공정, 일자리, 그리고 시민의 자유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구상’이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안하고자 한다.
경제에 생기 불어넣는 디지털 기술
첫째 위기 요소인 성장 잠재력의 저하를 보자. 한국 사회는 곳곳에 역동성이 줄어들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청년 실업률이 6.1%나 되어 약 25만 명의 청년 실업자가 세상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희망을 잃고 결혼마저 기피하는 형국이다.
디지털 강화하면 사회 전 분야 효율 높아지고 위기 요인은 줄어
대졸 실업자 25만명에 1년 디지털 교육하면 필수 인재로 성장
군 장병 절반만 교육해도 매해 관련 인력 10만명 키울 수 있어
각 분야와 각 세대에서 뭔가 해보자는 의욕보다, 현재를 즐기는 사람들과 체념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산업의 활약에도 성장률이 저하되어 미래가 걱정이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우리 경제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필자는 디지털 전략으로 사회 각 분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공정관리,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회 곳곳에 이런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하고 낙담하는 이유는 이러한 디지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해서 그렇다. 이들에게 충분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여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보인다.
안보 위기 대응에도 효과적
두 번째 위기 요인은 안보 환경의 변화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다행히 K국방산업이라 하는 무기 수출이 활기를 띠어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또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활약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경제 기술 동맹국으로 인식하고 공동으로 기술 개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기술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안보에서도 디지털 전환은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우선 현재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디지털 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 반도체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될 것이 명확하다. 10년 후에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가 세계를 호령하게 될 것이다. 한편 소총·전차·자주포·함정·전투기 등도 디지털 기술에 의해서 현저하게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미래 전장은 무인 무기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드론은 말할 것도 없고 무인 전차, 무인 잠수함, 무인 전투기 등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전을 위한 위성통신과 인공지능 전술 시스템은 군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아울러 사이버 보안은 국가 중추신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의 복병은 인구 감소
세 번째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이다. 현재의 합계 출산율 0.81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향후 30년 후에는 전체 인구가 4000만 명 중반으로 떨어지고, 매년 신생아는 약 10만 명이 될 것이다. 혹자는 신생아 예측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 숫자이다. 합계 출산율 0.81은 여성 기준이기 때문에 남녀 기준으로 생각하면 0.4가 된다. 남녀 2인이 만나서 0.81명을 낳으니, 1인 기준으로 하면 0.4가 된다. 아이를 낳는 나이는 대체로 30대이다.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 26만 명이 30년 후에 아이를 낳는다. 26만에 0.4를 곱하면 30년 후 신생아 숫자 약 10만이 나온다.
2020년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령 인구가 21.7%였다. 20년 후 2040년에는 이 비율이 60.1%로 올라간다. 경제활동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기 어렵다면 자동화로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노인을 부양하고 사회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인구 감소는 국방에도 치명적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들이 입대할 나이가 되는 20년 후에는 20세 남자 인구가 13만에 그친다. 이들이 모두 군에 간다 해도 30만 국군을 유지하기 어렵다. 무기의 자동화로 무인 국방의 길밖에 없다.
문과 출신도 1년 공부하면 가능
국가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인력 양성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디지털 전환에는 전문 인력이 중요하다. 디지털 인력 100만 양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매년 10만 명씩 양성하여 10년 동안 100만 명을 산업 전 분야에 공급하는 것이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국가적으로 추진하면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디지털 인력 10만 명이 매년 사회와 산업 전 분야에 투입되어 디지털 전환을 해낸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생기를 되찾아 점프를 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대학 시스템으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 인력 양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학과 간 벽을 허물어 정원을 조정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정식 입학생을 받아서 기르려면 배출되는 데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단기 집중교육으로 수여하는 마이크로 학위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약 25만 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해서 마이크로 학위를 주면,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KAIST에서는 석사과정의 절반 정도 공부를 하여 받을 수 있는 비정규 수료증을 마이크로 학위라 부른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컴퓨터 공부를 하기 위해서 특별히 기초 지식이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문계 공부를 했어도 약 6개월 집중 코딩 교육을 받으면 회사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대학을 5년 다닌다는 셈 치고 졸업 후에 컴퓨터 공부를 1년 더 하면 된다.
군이 디지털 교육에 큰 역할 해야
첫해에는 한두 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한다. 그리고 이를 차차 다른 대학에 전파하여 전국 주요 대학이 참여한다. 현재는 코딩 교육에 인공지능 튜터의 활용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을 작성하다가 틀리면 인공지능 튜터가 가르쳐 준다. 시험도 인공지능이 채점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인공지능 튜터를 활용하면 대규모 교육이 가능하다. 교실 수업은 최소로 할 수 있다. 디지털 교육은 두 단계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 단계 6개월은 기초과정으로 기본적인 코딩과 알고리즘 실행 능력을 배운다. 두 번째 단계 6개월 고급과정은 전문화 과정이다. 앞 단계에서 배운 프로그램 기술을 전문 분야에 적용하는 실력을 쌓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서 반도체·로봇·헬스케어·정보보호·자동화 설계 등의 전문 분야에 응용 실력을 갖춘다면 산업체에서 경쟁적으로 모셔가는 인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학생의 희망에 따라서 1단계에서 졸업할 수도 있고, 2단계까지 공부할 수도 있다.
군도 디지털 교육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군 장병들이 복무 중에 디지털 교육을 받고, 제대할 때 디지털 수료증을 받아 나온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매년 입대하는 장병의 숫자가 20만 명을 넘는다. 이 중에 절반만 교육해도 10만이 된다. 물론 군부대 교육도 초기에는 대학이 협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논의가 무성했다. 그러나 실행 실적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조금 숨을 돌리고 긴 안목으로 인력 양성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은 길러 놓으면 어디에선가 제값을 하게 된다. 인재 양성이 디지털 자유 시민사회 건설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이광형 KAIST 총장·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 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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