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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정치개혁은 정당개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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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3-13 14:19 조회4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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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은 정당개혁부터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의 구호가 회자되곤 한다. 내년 치러질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시한이 선거 1년 전인 4월 10일로 다가오면서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진영정치, 팬덤정치를 종식하기 위해 선거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고, 동시에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내부에서는 소선거구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고 설득력 있는 타당한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편은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개헌 논의 또한 변죽만 울릴 뿐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심각한 정치 양극화로 여당과 야당의 대립과 반목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당장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의 구조가 유지되더라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행위자 차원의 변화, 즉 스스로 혁신하며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당 개혁에서 출발할 것을 제안한다. 시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정당개혁에 성공하면 정치제도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다. 우리 정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개혁의 방향 또한 오랜 시간 논의되어 왔으나 현실적으로 제도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정당들이 개혁 방향에 대해 합의하기가 어렵고, 각각의 개혁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또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회 의석 배분과 정당 득표율 사이의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안들이 제시되었으나 변화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례성을 높이려면 비례 의석이 늘어나야 하는데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 의석을 늘리는 데 대해서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크다.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면서 비례제 의석을 늘리려면 의원 정수를 증원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증원은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한다. 정치에 대해 믿지 못하는 시민들은 국회에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방안에 비판적이다.


시민들의 정치 불신의 핵심에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8월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주요 사회기관 역할수행평가에서 정당이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고, 90%는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치환경이 악화되면 무당층이 늘어나는 현상 또한 정당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숫자가 한국보다 적은 나라는 미국, 멕시코 일본 3개국뿐이다. 국회의원 증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다양한 제도 개편 방안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국회의원이 증원되고 더 많은 자원이 국회에 투입되면 믿을 수 없는 정당들이 납세자들의 피와 땀을 방만하게 낭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을 설득해서 정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자구 노력이 필수적이다. 권력투쟁에 몰두하며 양대 정당이 대립과 반목을 지속하고 정작 민생과 연관된 중요한 정책논쟁은 뒷전으로 밀려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문제해결형 정치, 정책 중심의 정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필요가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지지하는 이들은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통해 다양한 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정책선호를 가진 다양한 정당들이 공존하며 논쟁과 타협을 통해 최선의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력한 규율에 의한 당론정치가 확립된 양대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는 우리의 현실은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는 국회와는 거리가 멀다. 당장 비례성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어렵다면 양대 정당 내부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정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은 정당 내부의 획일성이 강화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후보자 경선제도를 도입하고 공천과정을 민주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정당 지도부의 입김이 막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이른바 '윤심' 논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파벌 다툼이 결국 차기 총선의 공천권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정당 지도부가 공천을 주도하게 되면 재선을 원하는 국회의원들은 공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정당 지도부의 견해를 따르게 된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론정치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경직된 당론정치가 대통령제하에서의 양당제와 결합하면 제왕적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하지 않는 일방주의 정치를 밀어붙이거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과 거대 야당이 무한대립하는 교착상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당내의 소수 파벌을 보호해야 한다. 공천 파동 없는 분권화된 공천제도, 상향식 공천제도는 당내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다양한 견해가 국회에서 대표되며 치열한 정책 논쟁이 일상이 되고 시민들이 먼저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자고 요청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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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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