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 인공지능 시대의 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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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9-02 11:25 조회6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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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 인공지능 시대의 정책 과제
인공지능 시대의 정책 과제
인공지능은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항상 등장하는 핵심 화두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매체에서도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곤 했었다. 대표적인 낙관론적 시나리오는 자율주행차, 인간의 어려운 일들을 대신해 주는 휴머노이드 같은 것이다. 비관론적 시나리오도 많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 ‘어벤저스’의 ‘울트론’처럼 특이점을 넘어 인간의 인격을 가지고 인간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구글 엔지니어의 이야기가 주목받게 된 것은 실제로 우리에게 이런 시나리오가 익숙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슈는 인공지능의 활용과 관련해서는 핵심을 벗어날 확률이 높다. 1980년, 존 설 교수는 ‘강인공지능(Strong AI)’과 ‘약인공지능(Weak AI)’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강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성, 마음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으로 구현한 시스템이다. 반면, 약인공지능은 유용한 도구로 설계된 인공지능이다. 즉, 사람은 쉽게 해결하지만, 컴퓨터는 처리하기 힘든 각종 문제를 컴퓨터로 수행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사실 두 개념 사이의 구분은 모호한 편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AI는 모두 약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오픈AI사에서 만든 인공지능인 GPT-3 등장 이후 인공지능의 거대화 추세가 나타나며 강인공지능에 대한 관심 역시 점차 커지고는 있지만 지금은 ‘약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 단계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적합할 듯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람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에서도 최근 발표한 ‘2022 인공지능 지수’(2022 AI Index) 보고서에서 “2021년은 인공지능이 신흥 기술 단계를 지나 성숙 기술로 도약한 해였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과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하듯 인공지능은 영화에서 나오는 엄청난 변화가 아니라, 각 산업 현장에 조금씩 스며드는 형태로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미래의 ‘강인공지능’의 출현에 대한 논의 역시 중요하지만, 정책과 입법에 책임이 있는 정치권의 일원으로서 현재의 파급력을 고려해 보면, 현장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때 생기는 발생하는 문제점이 없는지 살피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계속해서 마련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지능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인공지능 발전에 있어 강점과 약점이 명확한 편이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미디어인 토토이즈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 현황을 진단한 ‘글로벌 인공지능 지수(The Global AI Index)를 내놓는데, 2021년 이 조사에서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은 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술에 강점이, 규제와 공공영역에 약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플랫폼 및 알고리즘 기술개발 현황’에서는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되었지만, ‘인공지능을 둘러싼 규제환경 및 공공의 견해’에서는 세계 50위 수준에 그쳤다. 또한 ‘인공지능 분야 내 숙련 기술인력 가용 수준’, ‘전문 연구 및 연구인력의 범위’는 각각 19위, 18위를 차지하며 부족한 인력문제도 나타났다.
물론 그간 공공영역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개발자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인공지능과 관련한 교육과정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교육과정 중 일부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나, 코딩과 같은 기초적인 데이터 활용능력 중심 교육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자 인력난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양적인 증대도 필요하지만, 더불어 숙련된 개발자와 연구인력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 역시 중요한 숙제로 지적된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초기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느끼는 사례는 현업에서 많지 않다. ‘데이터 보호’ 역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거래하고 유통할 수 있는 안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간 기업의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 체계, 기존에 보유하거나 필요한 데이터의 가치를 기업이 자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규제의 적정선이 어딘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한 규제는 법·정책 전문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 분야 전문가,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 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 주도의 규율과 정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술적 미흡함이 해소되거나, 현업 개발자의 역량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거나 방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최신 기술과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규제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정민
(현)제21대 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병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전) 로스토리 주식회사 대표이사 (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사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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