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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럼) 비전 2048, 건국 100주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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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1-16 10:40 조회5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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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 2048, 건국 100주년의 꿈


중앙일보

입력 2022.11.16 00:30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2022년 늦가을.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의 삶을 압박하고 물가·이자율 그리고 환율이 동시에 크게 올라 국내외 경기 침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과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우리가 위험사회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실증해 줬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지금 총체적 위기다.

그러나 자포자기는 금물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발전의 모멘텀으로 승화해 왔다. 최근에만도 ‘IMF 경제위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었다. 위기가 닥칠수록 우리 국민은 하나로 뭉쳤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7개 국가밖에 없는 50-30그룹의 일원이 됐다. 한국을 제외하고 인구가 5000만 명이 넘고 동시에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뿐이다.

시련 딛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
지금부터는 건국 100년 준비할 때
동반성장 토대로 지속 성장 꾀해야
노장청 참여한 ‘2048 위원회’ 필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한국의 위상을 A그룹(아시아-아프리카)으로부터 잘사는 나라들인 B그룹(북미-서구-대양주)으로 격상시켰다. 정부 수립 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 국민이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금자탑이다.

한국의 내일은 어떠한가? 골드만삭스는 21세기에 들어와 여러 번 세계 각국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한국의 경제력이 2025년이면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국가의 수준에 근접하거나 능가하고, 205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과 노하우를 재점화한다면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 한반도의 기적을 창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내년이면 건국 100주년이 25년 앞으로 다가온다. 사반세기 뒤인 2048년 한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국민적 합의를 서둘러 폭넓게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랜드 비전과 실천 강령을 마련할 때다.

마침 2049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대국굴기(大國崛起)의 목표 연도다. 2050년은 세계 탄소중립 목표 해이기도 하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골드만삭스의 낙관적 전망을 우리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물론 제3자의 전망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뼈를 깎는 각오로 환골탈태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낸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이를 위해 정교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들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2048년에 G5 국가가 되기를 염원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더불어 잘사는 사회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경쟁이 공정하다고 느끼며 각종 격차가 작은 사회가 목표다. 모든 구성원이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성장 사회’가 비전이다.

2048년 한국은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동력을 구비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자면 새로운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사회로 변모해야 한다. 또한 공동 육아, 공동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영유아를 안심하고 키우는 기반을 마련해 출생을 장려해야 한다. 누구나 지적 능력만 있으면 질 좋은 교육기관에서 창의력을 배양해 지식 기반 산업을 선도하거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첨단 기술력을 갖춘 고급 인력으로 성장한다. 기업가들은 이러한 인력을 모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

냉전으로 회귀하는 최근의 국제정세를 보면 ‘남북 화해’라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지만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2048년까지 느슨한 연방제만 이뤄지더라도 한반도는 전체 인구 8000만 명의 강국으로 우뚝 서 서구 열강과 어깨를 겨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잘사는 동반성장 사회에서는 양극화 현상도 마침내 사라질 것이다. 낙오자들에게는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쏟는 안전망이 구축되고, 패자부활전이 마련돼 재기도 가능하다.

그러나 건국 100주년 한국 사회의 꿈과 오늘 한국 사회의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크다. 그렇다고 무리한 수술과 조급한 극약처방은 위험하다.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긴 시계(time horizon)를 갖고 장중단기(長中短期) 플랜을 짜야 한다.

노장청(老壯靑)을 아울러 ‘비전 2048 위원회’를 만들고 균형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중소기업이 중심기업으로 클 수 있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해소돼야 인구절벽을 막고 경제위기·안보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야 세계 중심국으로 가는 로드맵도 실현된다. 지금 서둘러 준비할 때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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