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과학기술강국으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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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9-02 11:28 조회6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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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과학기술강국으로의 길
과학기술강국으로의 길
이번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이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한 것은 글로벌 탑(Top)5 과학기술 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였다. 특히,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을 천명했고, 과학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자유로운 연구환경 조성 등을 약속했다. 또한, 당시 윤 후보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과학기술분야의 고질적 병폐인 자율과 창의가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비용이 커져 살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과학기술 진흥 정책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약 26년이 지났다. 그간 대한민국 정치 리더들의 목표가 G5(주요 5개국)라는 것은 10대 강국 수준의 국력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제 규모, 기술력, 국방력, 문화 영향력 등 주변의 초강대국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하거나,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한 칩(CHIP)4 가입을 8월까지 요구받는 등 국제사회에서 기술동맹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죽고사는 문제’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학기술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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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 과학기술강국 진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회 시스템 혁신이다. 특히, 국가 혁신을 위한 제도 선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부터 산업, 노동, 교육, 문화까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오랫동안 유교 중심사회의 왕족 국가에서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수준은 들쑥날쑥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가지고 있지만 감정과 떼법에 호소하는 정치문화는 중세 제정국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고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세기 교육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 혁신지표에서 잘 보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혁신 체계는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는 세계 5위이고, 아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출원이나 연구 인력 등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지속적으로 순위가 오르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제도 부분(28위)이 가장 낮고, 시장성숙도 부분(18위)은 되려 하락하는 등 개선이 시급하다. 제도 부분에서도 규제 환경이 종합 57위를 하는 등 국내의 혁신 성장을 가장 저해하는 요소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인 저성장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처지가 필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만 대외 위협 요소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술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보고서 역시 개인의 창의와 자유로운 분위기 없이는 역동적 혁신 성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민간 주도의 성장과 함께 규제 완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등의 다양한 제도를 통해 포지티브 규제 체계에서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전환 정책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또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혁신성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이 접근하기 어려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정과 효율 기반의 제도를 설계하여 민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과학기술 강국을 추구하기 위한 방향이다.
또한, 과학기술 선도국가라는 담대한 변화를 위해서는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로드맵을 기반으로 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이념에서 자유로운 과학기술 거버넌스 수립, 지역 중심의 과학기술 R&D 전환,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세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민관합동 과학기술위원회 설립을 공약한 바 있다. 이는 정부 주도의 과학기술 정책을 민간과 기업 그리고 시장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데 있어 가장 상징적인 추진 전략이다.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양자,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원자력 등 역시 민간 주도보다는 정부 주도로 전략이 수립되고,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는데, 과감한 도전을 위해서는 민간 주도로 혁신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미, 지난 여러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기술이 퇴보하거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은 사례가 있었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국가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독립적인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축은 가장 우선순위에 놓을 필요가 있다. 다만, 우주항공이나 원자력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조화롭게 분배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분산 또한 혁신 체계 수립에서 중요하다. 현재 중앙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과학기술 R&D가 지역 중심으로 전환되어 자원의 분산과 인재 경쟁 그리고 산업 특화를 주도해야 한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육성 전략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입장 차이가 성패의 핵심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과학기술 역량이 중앙정부에서 민간과 지방 정부로 이관되는 것이다.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예산과 인재를 지역으로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주도의 전략을 수립하고, 예산을 자체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방정부 역시 인프라 위주의 예산 배분보다는 지역 혁신체계 수립과 과학기술 혁신 전략 추진을 위한 자체 예산 배정을 추진해야 하며, 지방과학기술혁신법 제정을 통한 지자체 주도의 지역과학기술 추진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의 정비도 필수다. 정부는 반도체 초격차 인재육성방안을 발표하였지만, 지금과 같은 고등교육 체계에서는 반도체 외의 첨단 기술 인재 수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고려하여, 기존 인재들을 재교육하여 재배치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이 경우 대학에만 집중되어있는 인재 육성 기능을 기업에도 과감하게 분담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의 에꼴42와 같은 소프트웨어 전문 아카데미를 도입했으나, 여전히 정부 주도의 인재육성기관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고 교육 기간 역시 민간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하며 시장친화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며, 국제 교류 활성화로 해외 인재 수입에도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모든 과정에서 국회와 정치권의 각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입법부는 많은 법안을 쏟아내며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I의 부작용이나 플랫폼 기업의 독점, 탄소 중립 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부른 접근이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학기술 혁신 체계에 맞춰 제도를 순차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입법부는 규제를 양산하는 기관이 아닌 기존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에 집중하여 과학기술 혁신 체계의 한 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영식
現) 21대 경북 구미시을 국회의원 現)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現) 국민의힘 정책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특별위원회 간사 現)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원장 現)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現) 혁신형 SMR 국회 포럼 공동위원장 前) 금오공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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